일본판 SKY캐슬 입시경쟁은 의대 대신 부속고교, 왜? [줌인도쿄]

오누키 도모코 2024. 7. 3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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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JTBC SKY캐슬과 새롭게 일본판으로 리메이크된 SKY캐슬 일본판. 일본판은 지난달 25일에 첫 방송됐다. 사진 JTBC, TV아사히 홈페이지 캡처

■ 줌인도쿄

「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일본의 이야기,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들이 현장에서 만나본 다양한 일본의 이모저모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치열한 대입 경쟁을 소재로 가족 본연의 의미를 묻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이 일본 TV 아사히에서 리메이크됐습니다. 지난달 25일 밤 9시 첫 회를 방송했는데요. 일본에서도 원작을 넷플릭스 등으로 시청했던 사람이 많았던 터라 1회가 방송된 직후 일본 내 X(옛 트위터)에서 검색어 1위가 될 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SKY캐슬이 일본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는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입시제도가 크게 다른데, 어떻게 일본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될 건 지 하는 궁금함이었습니다.

역시나, 1회를 보니 일본판은 고등학교 입시가 중심이 됩니다. 입학이 가장 어려운 명문의대의 부속고등학교를 목표로 한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일본판 SKY캐슬 PD 하마다 소에이(浜田壮瑛)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배경을) 일본으로 옮겨놓을 때, 입시의 ‘그레이(이도 저도 아닌 상태)’한 부분이나 부모의 개입 정도를 생각하면, 대학 입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더군요. 하마다 PD는 “배우들의 연기력 등도 고려하면 고등학교 입시가 딱 좋다고 생각하고, 엘리트 의대 입학과 직결된 고등학교라는 오리지널의 설정을 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22일 도쿄 롯폰기에서 열린 일본판 스카이캐슬 제작발표회.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의 입시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한국 원작에 등장하는 서울대 의대에 상응하는 일본 입시의 최고봉은 도쿄대 이과Ⅲ류(의학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대 다른 학부, 다른 대학 의대에 비해 입학하기 훨씬 어려운 곳이죠.

그런데 한국과는 입시 제도가 꽤 다릅니다. 도쿄대 이과Ⅲ류의 신입생 대부분은 매년 1월에 치러지는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어, 2월 시행되는 대학별 필기시험에 합격해 입학이 결정됩니다. ‘학교 추천형 선발’이라는 서류 전형도 있긴 있지만, 공통 테스트를 봐야 하는 데다가 합격자가 극히 소수입니다. 올해 도쿄대 이과Ⅲ류 합격자 100명 중 학교 추천형 선발은 단 2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처럼 ‘베일에 싸인 수험 코디네이터(쓰앵님)’는 일본 대입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대형 학원에서 필기시험 준비를 하는 게 일반적인 대입 준비 방식이거든요. 한국 대입에 비해 부모가 관여하는 일도 적고, 그래서 '고3 엄마'라는 말도 없습니다.

도쿄 지유가오카역 앞엔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 입시에 대비하는 대규모 학원이 몰려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일본판 SKY캐슬에서는 ‘부속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의대’를 설정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학교는 일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립대 중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는 게이오(慶応)대 의학부에는 부속고등학교가 있긴 합니다만, 반드시 부속고에 들어가야 의학부에 진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강조하기 위한 드라마적 상상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사실, 한국 원작을 보고 일본 시청자들이 떠올렸던 건 일본의 대입이 아니라 명문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시입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초등학교는 그림 그리기, 운동 등을 평가해 입학 여부를 결정합니다. 또한 ‘행동 관찰’이라고 해서 집단행동 중에서 아이의 특성을 보는 테스트도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평가 기준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국 대입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또한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선 중학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모가 중학교 수험생들을 학대 수준으로 몰아붙이는 ‘교육 학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입시 하나로 가정이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다만, 대입 시험처럼 합격 노하우가 어느 정도는 공개돼 있기 때문에 앞서 설명드린 대입처럼 학생 대부분이 대형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합니다.

도교의 있는 한 사립 중학교를 견학하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일본에선 학부모가 적극 관여하는 입시는 보통 중학교 입시까지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양국의 가장 큰 차이라면, 일본은 한국에 비해 대학 진학에 대한 열의, 명문대를 목표로 하는 경향 등이 덜 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교육부 격인 일본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약 58%로, 한국(76.2%)보다 낮은 편입니다. 특히 70% 이상인 도쿄와 비교해, 도호쿠(東北)나 규슈(九州)는 약 40%에 그칩니다. '인(in)-서울' 등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도 한국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방에 머무르려는 경향(地元志向)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대입 경쟁이란 원작의 설정을 일본판에 그대로 옮겼다면, 일본에선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마다 PD는 인터뷰에서 “원작은 최대한 존중하지만, 대입 수험 경쟁은 부잣집 아내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리는 데 있어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허영심이 부딪히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안에 있는 추악함과 본심이 드러나는 재미는, 일본인들도 공감할 수 있다고 믿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송 직후 SNS 반응을 보면 입시, 수험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원작과 테마송이 같은 점이 좋다’, ‘원작 캐스팅과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져 두근두근하다’면서 K드라마 특유의 자극적인 전개를 재미있게 평가한다는 내용이 많더군요. 치열한 입시 경쟁이란 게 많은 일본인에겐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보니 오히려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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