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30대男 과거 112신고 7건…경찰, 구속영장 신청
서울 서부경찰서는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백모(37)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30일 긴급체포한 백씨가 마약 시약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압수수색영장도 함께 신청, 모발과 소변 등을 확보해 마약 복용 여부를 검사할 방침이다.
백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총 105㎝)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피해자 A(43‧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는 당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피해자의 어깨 등을 벴으며 A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다고 한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 사인에 대해 ‘전신 다발성 자절창(흉기에 의한 상처)에 의한 사망’이라는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
백씨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지속해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백씨가 산책 과정에서 피해자와 마주친 적이 있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전 최근 1년 사이 백씨가 연관된 112 신고기록이 총 7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이달 신고된 3건은 백씨 본인이 다른 이들을 신고한 건으로 파악됐다. 6월과 7월엔 각각 아파트 헬스장, 카페 등에서 백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 돌출행동을 해 신고가 접수됐다. 다만 폭행을 하거나 흉기를 소지하고 있지는 않아 별다른 사법처리는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종로구에 위치한 한 외국 대사관을 경비하던 경찰관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백씨를 보고 자체적으로 제지 조치를 한 일이 하루 동안 2차례 있었다.
이번 범행과 관련해선 피해자를 포함해 총 3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피해자 연락처로 신고된 기록을 확인했으나 별다른 말소리는 들리지 않은 채 통화가 끊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또 비슷한 시각 행인과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가 추가로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백씨의 과거 행적과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하고 가족 등 주변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추가 파악할 방침이다. 백씨는 지난해 말까지는 한 대기업에 근무했다고 한다. 백씨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8월 1일 진행된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도검 소지와 관련한 규제가 더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씨는 지난 1월 호신·장식 목적으로 도검을 소지하겠다고 신고해 경찰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통해 “현행법상 도검이나 가스발사총은 정신질환 병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신체검사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되는 등 규정이 느슨하고, 한 번 도검 소지 허가를 받으면 정신질환이 새로 발생하더라도 미리 걸러내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며 “소지 허가 요건을 강화하고 갱신 기간을 단축하는 등 총포‧도검 소지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점검과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보람·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 15% 주는데 안사면 바보? '최신상 월배당' 실체 | 중앙일보
- "잘생긴 남자 한국에 다 있나"…오상욱, 전 세계 여심도 찔렀다 | 중앙일보
- ‘성매매’에 망한 강남 그 건물…‘텅빈 방’이 1000억 올려줬다 | 중앙일보
- '금메달 포상금' 1위 홍콩은 10억 쏜다…9위 한국은 얼마 주나 | 중앙일보
- 30 대 6, 야구 맞아?…두산, KIA 상대로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 | 중앙일보
- "동탄서 서운하지 않았나" 충주맨 돌직구에 경찰청장 답변은 | 중앙일보
-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CNN도 홀린 K저격수 김예지 | 중앙일보
- "샤워하고 나오면 훤히 다 보인다"…여자 육상선수 분통, 무슨 일 | 중앙일보
- "50대 한국인 아빠, 4살 친딸 성폭행" 외국인 아내 뒤늦은 신고, 왜 | 중앙일보
- "밥맛 없다" 머리 잡은 황선우…수영 황금세대 주저앉고 울었다 [파리TALK]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