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굴종' 원하는 윤 대통령, 국가가 뿌리째 흔들린다

신상호 2024. 7. 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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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이진숙 임명 강행, 공영방송 이사 선임까지 위법적 의결... 모든 건 대통령 책임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이진숙 방통위장 취임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가가 혼란스럽다. 다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이 위원장은 임명 당일 과천청사로 출근했다. 출근 당일 이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소집,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날치기'를 강행했다.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다. 

정국 꼬이게 만든 이진숙 임명 강행, 윤 대통령 책임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수억 원대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고발당하고, 이태원 참사 배후설에 동조하는 글을 올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적 청사진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던 이진숙 위원장 임명은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의지였다. 강제징용 배상 대법 판결을 "법리 남용"이라고 비판해 '뉴라이트 사관'을 의심받는 김태규 부위원장(대통령 추천)도 같은 날 임명됐다. 

이날 임명된 함량 미달 인사 2명은 곧장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노골적인 목표는 'MBC 장악'이다.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면 이들은 안형준 MBC 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리고 새롭게 부임한 사장은 KBS, YTN이 그랬던 것처럼 '대국민사과'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순방 당시 '바이든/ 날리면' 등 자신의 욕설 육성을 공개한 MBC를 장악해 끝끝내 사과를 받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 이희영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상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힘으로 눌러서 굴복시키겠다는 질긴 고집이 느껴진다. 사실 더는 놀랄 일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을 대할 때도, 비판 언론을 대할 때도, 노조를 대할 때도 항상 그래왔다.  

합의제 기구 설립 취지를 무시한 '2인 체제'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 탓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국회 야당 몫으로 추천된 최민희 의원을 7개월간 임명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 자진사퇴하도록 만들었다. 이진숙 위원장 등이 '2인 체제'는 국회 추천을 안 해준 탓이라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국회는 물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야당 몫으로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에 추천된 최선영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위촉하지 않으면서 위촉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달 부로 임기가 만료됐다. 

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여당과 정부 측이 야당 탓할 자격은 없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YTN 민영화 등 핵심 안건을 의결하면서 대통령 추천 '2인 의결의 불법성'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이런 행정절차를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들도 불법적 의결에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이 처벌을 받는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윤석열은 국회도 국민 여론도 무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30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했다. 지난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자,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했다. 송부 기한도 당일인 30일이었다. 국회 일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별다른 조율도 없이 당일을 데드라인으로 채택 요구를 한 것은 '국회 보고서 채택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여론도 무시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31일 기자회견에서 "이진숙 후보자는 도덕성과 자질은 물론이고 시대착오적 언론관, 극우 편향, 반민족적 반민주적 역사 인식, 법인카드와 관용차 부정 사용 의혹, 무단결근 의혹 등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운 역대 최악의 공직 후보자"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이들 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인가. 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는 이렇게 운영돼선 안 된다. 법은커녕 삼권분립의 기본조차 무시하고, 본인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독재적 발상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줄곧 외치는 '자유'라는 가치는, 대통령과 대통령 일가가 자신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를 뜻하는 것 같다. 윤석열 마음대로식 자유 통치는 대한민국 정부의 권위와 가치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국민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조롱받고 손가락질당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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