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도전 받는 트럼프노믹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7.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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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업적 IRA 사라지고
트럼프 2기 땐 금융·바이오 뜬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정국이 요동친다.

다만 분명한 점이 하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위상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이후다.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월가를 움직였다. 다급한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올렸다. 이후 미 대선은 다시 박빙의 승부로 치열해졌지만,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을 움직일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아직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그가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가 지난 7월 18일 낸 기사 제목이다. 이처럼 최근 미국 주식 시장은 마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시대를 확정 지은 듯 움직인다.

월가에서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가 강력해진 시점은 13일 트럼프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이다. 이날은 트럼프에게는 인생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생명을 잃을 뻔했지만 살아남은 보상도 컸다.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흐르는 가운데 지지자들 앞에서 주먹을 치켜올리며 “싸우자(fight)”라고 외치는 한 장면이 대선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이 사건 이후 주식 시장은 트럼프 정책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우선주의 회귀하면

반도체·車 보호무역 우려

트럼프가 추진할 대표 정책은 미국우선주의다. 미국 산업 부흥을 위해 무역 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10%의 관세에 더해 중국에는 최대 60%까지 물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당이 동맹국을 지원했다면 트럼프 정권은 동맹국과 ‘차가운’ 협상에 나설 게 분명하다. 트럼프가 대만이 반도체로 큰 이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증권가는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가 커진 국가가 표적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멕시코 등이 대상이다.

바이든 업적은 빠르게 없앨 듯 보인다. 친환경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IRA가 폐지 수순을 밟을 경우,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배터리, 태양광 등 국내 주요 업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긴장하는 이유다.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 때 돈이 모일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주는 방위 산업, 에너지 등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방 지출이 늘어나고, 적극적인 화석연료 채굴이 예상돼서다. 다우케미칼, 3M, 쉐브론, 엑슨모빌, 록히드마틴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다. 앤서니 테르미니 모닝스타 수석부사장은 “트럼프는 미국을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서 지위를 강화하는 것 이외 금리 인하, 법인세율 인하, 국방 지출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도 기대감이 높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금융기관 위험 투자 제한과 대형화 억제를 골자로 하는 ‘볼커룰(Volker rule)’ 완화를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융기관 규제 완화 성격의 정책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케어(차상위계층 등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한 정책) 폐기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에 따른 시장 개방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트럼프가 반기를 든 전기차 섹터에 포함되지만 트럼프 규제 완화 수혜주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기업적 정책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활동을 더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값 상승도 점쳐진다. 과거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당선 이후 1년간 금값이 크게 올랐다. 3년 차에는 미중 관세 정책으로 또다시 상승했다. ‘코인 불장’을 예견하는 이도 있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직접적인 상거래 결제 수단으로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그 기대감 때문에 트럼프 피격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가상 대결서 만만찮은 해리스

‘해리스 트레이드’도 주목해야

트럼프가 바람을 탔다고 그의 당선을 맹신하고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 민주당은 노쇠한 조 바이든 대신 50대의 젊은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내세웠다. 나이로 공격하던 트럼프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근소하게 앞선다는 예측까지 나와 향후 안갯속 접전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해리스 트레이드’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딱히 연관이 없는 미국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가는 크게 곤혹을 치를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부상하자 국내 iMBC가 급등했다. MBC 기자 출신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해리스 부통령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박 전 장관 남편 이원조 변호사는 해리스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미국 3위 로펌인 DLA파이퍼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주가 움직임에 편승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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