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매출, 하반기엔 3.5배"...삼성 반도체, 역대 최대 분기 실적

심서현 2024. 7. 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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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전경. 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로만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지난 2년간 극심한 불황에도 지속한 설비 투자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반도체 역대 최대 매출, TSMC도 추월


31일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74조 700억원에 영업이익 10조 44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462% 증가한 수치다. 특히 메모리 수요가 회복된 반도체(DS) 부문에서 매출 28조 5600억원과 영업이익 6조 4500억원을 기록해 실적을 견인했다. 메모리 최고 호황기였던 2018년이나 삼성전자 반도체 최대 연 매출을 올린 2022년의 각 분기보다도 높은 매출액이다.
2분기 매출액으로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6735억1000만 대만달러, 약 28조5000억원)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반도체 매출이 TSMC를 뛰어넘은 건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김영옥 기자


AI 메모리 수요 폭증, HBM 매출 50%↑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매출 증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AI 서버용 제품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고, 기업 자체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늘었다”라며 고용량 D램인 DDR5, 서버용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평균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D램은 10% 후반, 낸드메모리는 20% 초반 상승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의 삼성전자 부스에 남긴 사인. 연합뉴스

AI용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대명사인 HBM 매출도 늘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전략마케팅 실장(부사장)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후 질의응답에서 “직전 분기 대비 HBM 매출은 50% 중반, 서버용 D램은 80% 중반, 서버용 SSD는 40% 중반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내내 관심을 모았던 HBM3E(5세대)의 엔비디아 납품 여부에 대해 김 실장은 “고객사 관련 정보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HBM3E 8단 제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해 평가 진행 중으로 3분기 본격 양산 예정이며, 업계 최초 개발한 HBM3E 12단 제품도 여러 고객사 요청에 맞춰 하반기에 공급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HBM3(4세대)는 모든 주요 고객사(GPU 업체)에 공급 확대 중으로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 매출이 상반기의 3.5배로 늘고, 그중에서도 HBM3E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 연말(4분기)에는 전체 HBM 제품 매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불황에 늘린 설비투자, 물 만났다


이번 호실적은 불황에도 멈추지 않았던 설비 투자가 ‘반도체의 봄’을 맞아 본격 꽃피운 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시설 투자를 2021년 43조 5670억, 2022년 47조 8717억원, 2023년 48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도 “필수 클린룸을 확보해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겠다”라며 평택에 HBM과 DDR5 생산능력을 늘렸다. 메모리 한파가 끝나고 D램 등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삼성은 늘려놓은 생산능력으로 물 들어올 때 제대로 노를 저었다는 평가다.

이날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량은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인데, 그럼에도 고객 요청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고객 협의 하애 추가 증산 규모도 확정하겠다”라고 밝혔다. 내년 출하 목표인 HBM4(6세대)에 대해서도 “여러 고객사와 협의해 맞춤형을 논의 중이라 늘어나는 수요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30일(현지시간) 리사 수 AMD CEO는 회사 컨퍼런스콜에서 “(AI 용 메모리 수급이) 까다롭지만 잘해냈고, 여러 공급사의 HBM3를 인증했으며 HBM3E 인증 작업도 복수의 공급사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MD는 엔비디아에 이은 주요 GPU 업체다.


시스템 반도체, 상반기 최대 매출 달성


회사는 시스템 반도체(LSI) 부문에서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시스템온칩(SoC)과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위주로 실적이 개선돼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LED)를 채택한 애플 아이패드 신제품에 삼성전자 LSI가 DDI를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의 수주가 늘고 전년 대비 AI와 고성능컴퓨터(HPC) 고객 수가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분기 모바일(MX) 부문 실적은 매출 27조 3800억원에 영업이익 2조 2300억원으로, 2분기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의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회사는 다만 갤럭시S24 시리즈의 매출 호조로, 스마트폰 매출과 출하량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2분기 매출 7조6500억원에 영업이익 1조1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7% 증가했다.

김영옥 기자

현재 진행 중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파업이 조기 종료될 수 있도록 노조와 지속 소통하고 있다”라면서 “노조 파업에도 고객 물량 대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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