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모집 마감일인데…전공의 외면에 '빅5'도 "지원 한자릿수"

남수현 2024. 7. 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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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각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이 31일 마감됐지만,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빅5' 병원도 대부분 한 자릿수로 집계됐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특례를 제시했지만, 전공의들의 '단일대오'는 깨지 못한 양상이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에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9월 수련)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 숫자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들이 모집하겠다고 신청한 전공의 인원은 7645명(인턴 2525명·1년 차 레지던트 1446명·2~4년 차 레지던트 3674명)이었지만, 거의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지원자가 있을 거라고 전망됐던 서울의 '빅5' 병원조차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이들의 모집 규모는 191명(서울대병원)~1019명(가톨릭중앙의료원·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8개 병원 포함)으로 큰 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서류를 제출한 전공의가 있지만 극소수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측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른 수련병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마감 시한까지 단 한 명의 지원도 없었다고 밝혔다. 100명 이상 전공의 모집에 나섰던 한 지방 병원도 "접수된 지원서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한 수도권 병원은 "지원자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심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빅5 병원에 지원한 전공의는 전날 기준 극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이로써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의료 공백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려던 정부 계획은 흔들리게 됐다. 통상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일부 결원에 대해서만 소규모로 열리지만, 올해는 사직 전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로 문이 열렸다. 앞서 복지부는 하반기 모집 응시자에 한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복귀를 최대한 유도하려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과목 복귀 제한'을 풀어주고, 전문의 자격 취득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병무청과 협의해 군 입영 연기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병원에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필수과 사직 전공의는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우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전문의를 취득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사직한 것"이라며 "어차피 의사 면허로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귀하는 전공의에게 '낙인찍기'가 이어지는 폐쇄적인 내부 분위기도 저조한 지원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일부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모집 전공의를 지도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지원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언젠가 전문의 자격을 따고 싶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며 "개인행동을 하기도 부담스럽고, 혼자 들어가 봤자 상급 연차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수련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돌아가는 대신 개원가로 향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수요보다 공급이 몰리면서 '구직난'이 벌어지자, 선배 의사들은 취직을 도울 방법을 마련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개원의협의회 회장 등이 포함된 '전공의 진로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수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협이 공지한 사직 전공의 대상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는 접수 시작 2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

정부는 현재로썬 전공의 복귀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형병원들을 '전문의 중심'으로 구조 전환하는 등 의료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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