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수장, 굳이 테헤란서 죽였다…이스라엘 3가지 노림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가운데, 암살 장소가 그의 망명지인 카타르가 아닌 이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하니야는 지난 2017년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에서 물러나 정치국 의장에 선출된 뒤, 가자에서 카타르로 이주해 지금껏 카타르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뒤,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 하니야를 표적 삼아왔지만, 카타르에선 단 한 차례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다 하니야가 이란의 마수드 페제키시안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초청을 받고 카타르를 떠나 테헤란에 발을 디디자 그를 암살한 것이다. 이란이 하니야 암살에 대응하기 위해 소집한 국가 최고 안보회의에서, 한 고위급 인사는 "이란의 국가 행사에 공식 초청된 지도자를 암살한 것은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카타르가 아닌 테헤란이 암살 장소가 된 것에 대해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엄청난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전쟁 이후 카타르는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중재해온 중동 국가로, 이스라엘엔 '중동 내 외교 협력의 최후 보루' 역할을 맡아왔다.
만약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국경 내에서 하니야를 암살하기 위해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면, 그간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려 순식간에 역내에서 고립될 수 있다. 카타르와 함께 휴전협상을 이끌어온 미국 역시 이스라엘을 손절할 수 있다. 이 명예교수는 "이스라엘에게 카타르는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과 반목 중인 이란에선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여지가 있다는 게 이스라엘의 전략적 판단이었을 수 있다. 특히 하마스는 미국과 EU가 모두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이스라엘로선 테러 세력을 제거했다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은 하니야 암살 장소를 이란으로 택함으로써 ▶이란에 대해 전면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힘의 과시', ▶하마스를 향해 '반드시 궤멸하겠다'는 메시지 천명, ▶동맹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라는 세 가지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남은 문제는 이란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가 파탄에 가까운 이란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를 뒤에서 조정하는 게 전부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명예교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선에서 갈등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민주당과 공화당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스라엘도 이를 노렸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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