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중 암살...곤혹스러운 美 "전쟁 불가피한 것 아냐"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하자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던 미국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렁에 빠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에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니야 피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돕겠지만, 우선 순위는 긴장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으며,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이스라엘 측이 하니야 암살에 관여했는지,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밖에 추가적인 정보는 없다"고만 답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이날 싱가포르 CNA방송에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이 끝나도록 돕고 미국인을 포함한 인질이 풀려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역시 확전을 경계한 발언이다.
AP통신은 "하니예 암살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에 압박을 가하는 위태로운 시기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은 이스라엘, 중재국인 이집트·카타르의 고위 당국자들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에서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진척이 없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어떻게든 확전을 막으려는 모습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휴전은 크게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하니예는 겉으로는 강경한 발언을 일삼았지만, 가자지구 내의 강경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온건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라며 외교의 최전방에 있던 하니야의 암살로 협상이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그간 카타르 도하에 기반을 둔 하니예와 그 동료들이 협상을 이어왔기 때문에 휴전 협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협상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하니야를 암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가까운 러시아 정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살인"(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라며 이스라엘 측을 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테헤란에서 벌어진 비열한 살인을 규탄한다"며 "네타냐후 정부가 평화를 달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동에서 전운이 감돌며 이날 유가가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최근월물은 지난 3거래일 동안 4.5% 하락한 뒤 반등해 80달러에 육박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최근월물도 4거래일 만에 76달러 선까지 올랐다.
임주리·박현준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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