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만 올려도 알아서 훈련” 확 달라진 MZ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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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확실해야 하는 세대예요. 더 이상 '헝그리 정신'이 통하지 않죠."
김 감독은 "먹을 게 부족하고 생활 환경이 열악했던 당시 선수들에겐 선수촌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 참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어린 선수들에겐 너무 당연한 환경이다. 오히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수촌을 나가면 더 좋은 것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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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확실해야 하는 세대예요. 더 이상 ‘헝그리 정신’이 통하지 않죠.”
2000년대생 MZ 태극전사들은 ‘누가 시켜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한해 국제 대회 일정을 살펴 딸 수 있는 랭킹포인트를 셈하고, 스스로 훈련 계획표를 짠다. 컨디션 관리도 제 몫이다. 파리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대표팀 지도자들은 “훈련장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지도자들이 호통치고 다그쳐 메달 따던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까지 스포츠계를 관통했던 키워드가 ‘헝그리 정신’이었다면, 지금은 ‘보상’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은 31일 “인도나 중국처럼 메달 하나에 선수 인생이 바뀌는 시대는 한국에선 이미 끝났다”며 “지금은 올림픽 금메달도 선수들에겐 1~2년 치 연봉 그 이상은 아니다. 학업을 포기하고 택한 길인 만큼 동기부여가 확실해야 한다”고 짚었다.
선수 시절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하며 사격 최정상 자리에 올랐던 그의 눈에도 현역 선수들을 위한 유인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제 심판과 스포츠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연맹에서 주력하는 의제 역시 결국 ‘투자’다. 그는 “대회 상금만 지금 수준에서 높여도 선수들에게 굳이 입 아프게 열심히 하라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선수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종목 단체도 현재의 스포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정 유도 대표팀 감독 역시 달라진 현장의 분위기를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그는 은퇴 후 10년 넘게 유도계에서 제자들을 키워내고 있다. 2022년 일본 국적을 버리고 태극마크를 단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역시 그의 제자다. 김 감독은 자신의 선수 시절과 지금의 풍경을 비교하며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주변 환경에 대한 시각 차이가 가장 크다. 김 감독은 “먹을 게 부족하고 생활 환경이 열악했던 당시 선수들에겐 선수촌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 참 좋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어린 선수들에겐 너무 당연한 환경이다. 오히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수촌을 나가면 더 좋은 것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선수촌을 벗어날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김 감독은 “국제 대회를 많이 나가는 종목들의 경우 입촌해 있는 날보다 해외 체류 기간이 더 길다”며 “대회 출전에 필요한 부대 비용들을 감당해 꾸준히 투자한 종목들이 빛을 보고 있다. 이제는 운동도 투자 개념이 없으면 성적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소통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는 선수들이 지도자가 몰아붙이면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며 “지도자의 열정이 너무 앞서다 보면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해 의식적으로 조절하곤 한다”고 말했다.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한 단계 올라선 신유빈의 성장 뒤에도 지도자들의 섬세한 노력이 있었다. 오광헌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지금 젊은 세대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지도자들도 ‘내가 왕년에 이랬다’는 마인드는 내려놓고 가야 한다”며 “올해 신유빈이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는 국제 대회 출국길에 직접 손편지와 간식을 준비해 몰래 보낸 적도 있다”고 소통 비결을 밝혔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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