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밀어붙이자…尹,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카드

허진, 강대석 2024. 7. 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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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김문수(73)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한 뒤 “김 후보자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를 위한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협의를 이끌며 경제 활성화에 노력해 왔다”며 “노동 현장과 입법부,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김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 간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두 차례 제적됐다. 서울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한국노총 금속연맹 산하 한국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낸 뒤 1990년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과 함께 민중당 창당에 참여했다.

강성 좌파의 길을 걷던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보수 진영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15~17대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시련을 겪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2022년 9월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이 됐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던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단골 연사로 나서는 등의 행적으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김 후보자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낙점한 건 야권과 노동계에 밀리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때부터 “깐깐하다”는 수식어가 붙은 김 후보자는 어지간한 야당의 공세에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 때는 국회에 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하는 등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여권에선 “김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소통이 잘 되는 사이”란 말도 나온다. 김 후보자도 경사노위 위원장 시절 주변에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 관련해 “노동계가 당황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덜 정치적이어서 노동계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노동 개혁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2022년 9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함께 한 모습. 강정현 기자


그는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동 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도해 노조나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면서도 “노란봉투법은 헌법·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고, 계약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학계에서 상당한 문제 제기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입법 사례는 없다”며 “국회에서 더 충분하게 논의하고 입법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21대 국회 때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본회의에서 최종 폐기됐지만,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해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아스팔트 극우’로 태극기 부대에 합류하고 유튜브에서 반노동 발언을 일삼으며 색깔론과 노조 혐오를 부추겨온 사람이 어떻게 노동자 권익을 지키겠느냐”(강유정 원내대변인)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 외에도 주일본대사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주호주대사에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국립외교원장에 최형찬 주네덜란드 대사를 각각 임명했다. 주호주대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순직해병 사건으로 임명된 지 25일 만인 지난 3월 사퇴한 뒤 공석이었다. 이 전 장관에 이어 심 전 총장까지 연이어 군 출신을 발탁한 건 한국과 호주의 군사·방산 협력 강화에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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