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밀어붙이자…尹,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카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김문수(73)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한 뒤 “김 후보자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를 위한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협의를 이끌며 경제 활성화에 노력해 왔다”며 “노동 현장과 입법부,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김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 간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두 차례 제적됐다. 서울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한국노총 금속연맹 산하 한국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낸 뒤 1990년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과 함께 민중당 창당에 참여했다.
강성 좌파의 길을 걷던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보수 진영 정치인의 삶을 시작했다. 15~17대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시련을 겪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2022년 9월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이 됐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던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단골 연사로 나서는 등의 행적으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보수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김 후보자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낙점한 건 야권과 노동계에 밀리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때부터 “깐깐하다”는 수식어가 붙은 김 후보자는 어지간한 야당의 공세에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 때는 국회에 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하는 등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여권에선 “김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소통이 잘 되는 사이”란 말도 나온다. 김 후보자도 경사노위 위원장 시절 주변에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 관련해 “노동계가 당황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덜 정치적이어서 노동계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노동 개혁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동 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도해 노조나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면서도 “노란봉투법은 헌법·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고, 계약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학계에서 상당한 문제 제기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입법 사례는 없다”며 “국회에서 더 충분하게 논의하고 입법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21대 국회 때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본회의에서 최종 폐기됐지만,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해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아스팔트 극우’로 태극기 부대에 합류하고 유튜브에서 반노동 발언을 일삼으며 색깔론과 노조 혐오를 부추겨온 사람이 어떻게 노동자 권익을 지키겠느냐”(강유정 원내대변인)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 외에도 주일본대사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주호주대사에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국립외교원장에 최형찬 주네덜란드 대사를 각각 임명했다. 주호주대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순직해병 사건으로 임명된 지 25일 만인 지난 3월 사퇴한 뒤 공석이었다. 이 전 장관에 이어 심 전 총장까지 연이어 군 출신을 발탁한 건 한국과 호주의 군사·방산 협력 강화에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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