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피벗 신호 ‘주목’…9월 금리 인하 힘 싣나
파월 언급에 한은 금리 인하 영향
부동산 상승으로 가계대출 증가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국내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준의 선택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변곡점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번 FOMC는 한동안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회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30일(현지시간)과 31일 양일간 열리는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94.8%로 전망했다. 9월 인하 가능성은 99.5% 반영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지난 2년 넘게 긴축을 지속한 만큼 이번 회의가 결과가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관련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9월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에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강조해 왔으며 이달 들어 고용시장 둔화 위험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물가 안정을 강조해왔다면 앞으로는 완전고용이란 목표 달성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서서히 옮기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견고하지만 둔화되는 고용시장이 위태로워질 위험이 커지면서 파월 의장이 이번 주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회의는 당분간 가장 중대한 회의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으로 연준 당국자들이 9월에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갖춰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상승해 전월(2.6%) 대비 하락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올라 전월 상승률과 같았다. 인플레이션 진정과 동시에 그동안 물가를 자극해 온 고용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경제 상황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0.2%)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성적표를 받아든 점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도 내수 부진이 확인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주장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해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한은은 피벗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날인 30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집행 부서는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택 매수심리 강화로 이어질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타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도권 아파트가 국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가계 부채 및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전 회의와 달리 물가 안정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금통위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목표치인 2%로 수렴하는 모습”이라며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FOMC 결과와 한은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의사록에는 물가에 대한 진전이 확인됐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환율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7월 FOMC서 연준은 금리 인하 혹은 50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아니라면 시장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완화적인 내용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7월 FOMC 이후 한은 정책 개입에 대한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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