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세종보 가보니... 세금 잡아먹는 하마될까 두렵다

박은영 2024. 7. 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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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92일-93일차] 천막농성장에서 열리는 자연의 음악회... 다시 금강 곁으로

[박은영 기자]

 바람부는 금강의 천막농성장
ⓒ 대전충남녹색연합
"우와, 다 날아간다!"

거세게 흐르는 금강처럼 강바람도 거셌다. 집기가 마구 날아다녔다. 그래도 반가웠다. 장마가 지나간 뒤, 금강 둔치에서 내려와서 강변에 천막을 다시 쳤는데, 세종보 농성을 시작할 때의 바로 그 장소였기 때문이다. 해의 길이도 길어졌다. 한두리대교 밑 그늘이 이동했다. 바닥보호공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그늘에서 좀 더 버틸 수 있다. 농성장에서 한 분기를 지내니 해의 길이도 가늠이 된다.

장마는 청소부였다. 자갈이 말끔해졌고, 모래는 더 푹신해졌다. 어디에서 온 자갈일까? 처음 천막을 쳤을 때의 자갈도 아니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농성장 앞 웅덩이로 다가가서 누가 새로 이사왔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수달 똥도 발견했다. 물이 흐르고 있기에 시시각각 다시 보이는 풍경들이다. 

천막 안에 앉아 가만히 금강을 바라본다. 아침이 밝아오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매미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리기 시작한다. 새들도 합창을 한다. 귓전을 때리며 지나가는 바람소리,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닌데 바라보고 있으면 소리를 내고 흘러가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물소리. 야외음악당이 따로 없다. 이 모든 게 자연이 만드는 음악회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댐 건설? 바보같은 소리  
 
 환경부의 댐 건설계획
ⓒ 환경부
 
장마가 지나자 환경부가 발표한 것은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이었다. 30일, 환경부는 홍수와 가뭄을 막겠다며 충남 청양을 비롯해 14개 지역의 댐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즉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핑계로 우리 국토에 제2의 4대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심산"이라며 댐 건설 추진계획을 중단하고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했다. (관련 기사 : 14개 신규 댐 후보지 선정에 환경단체 "기후문맹적 토건사업" https://omn.kr/29mhc)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댐을 만드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홍수피해 지역의 대부분은 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부실했던 제방이나 둑이 터진 게 주된 이유이다. 홍수터 역할을 하도록 비워둬야 할 하천공간에 과도하게 시설물을 설치했고 강폭이 좁아진 것도 그 원인이다. 가뭄에 필요한 것은 댐이 아니다. 4대강사업 때 올린 낙동강의 취수구부터 내려야 한다.  

댐은 광범위한 지역에 대규모 환경 파괴를 초래하기에, 실질적인 담수 능력이나, 용수 필요량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 예정 지역 공동체는 심각한 혼란을 겪기에 이에 대한 조사와 대안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가 발표를 하자마자 화순, 담양군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국 하천에서 막무가내 준설을 강행하고도 비 피해를 예방하거나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댐이라니, 정말 바보같은 소리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환경부
 
올해 7월 21일, 세계 일 평균 지구표면 온도가 17.15도로 최고 온도를 갱신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재난에 대비한 도시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댐 타령이라니, 답답할 뿐이다. 

이날 신규 댐 후보지를 발표하는 김완섭 환경부장관 양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이들은 얼마전 우리가 면담했던 물관리정책실장과 수자원정책관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신임 환경부장관에게 들었던 익숙했던 말이 어디에서 나왔나 더 분명해진다.

수문 관절에 이물질, 땜질 떨어져 나간 곳도
 
▲ 장마 후 세종보 모습 수문 관절 아래 잔뜩 끼어있는 자갈과 돌
ⓒ 대전충남녹색연합
 
▲ 장마 후 세종보 모습 수문 상판 나사가 풀려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지난 30일, 세종보 현장을 점검했다. 보 아래 유압실린더 구조물에 자갈과 모래가 많이 쌓여있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모래가 쌓인 곳도 있다. 세종보는 전도식 수문인데 유압실린더로 수문을 들어올린다. 흐르는 강을 막아야 하기에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할 텐데, 수문의 관절 사이에 낀 이물질, 이를 제거하지 않고 수문을 작동할 수 있을까. 
수문 상판 연결부분의 땜질한 곳도 찢어지고 떨어져 나갔다. 나사가 풀린 곳도 있다. 그런데 세종보를 세우겠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환경부가 쏟아부은 혈세가 30억 원이다. 지난 6년 동안은 수문을 완전 개방한 상태였고, 철거가 예정돼 있었기에 돈 들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이 '고물보' 보수공사에 투입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새홀리기가 사냥을 하는 모습
ⓒ 임도훈
 
"새홀리기다! 사냥하나 보다!"

할미새 한 무리가 혼비백산해서 날아가고 그 뒤로 바로 새홀리기 한 마리가 할미새들을 쫓아갔다. 사냥에 성공한 새홀리기가 날아가고 살아남은 할미새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잡힌 할미새는 안타깝지만 사냥하는 새홀리기의 생존방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잔혹하지만, 이런 게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순리를 따라 자연은 역동하고 순환한다.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생존방식이다. 하지만 세종보 담수는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 저지르는 살생과 같다. 세종보의 물은 용수로 사용하지 않기에 가뭄 예방용도 아니고, 보의 구조물은 수위를 높이기에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 그 어떤 유익함도 없는데 왜 윤석열 정부는 담수를 감행하려는 것일까. 우리가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금강 곁으로 내려오니 장마 전에 익숙했던 풍경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아기 오리들은 장마기간에 몰라볼 정도로 컸다. 이제 혼자서도 물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즐길 정도로 수영이 능숙한 오리들이 대견했다. 그 모습을 보니 100일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 온 동료들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흰뺨검둥오리들이 농성장 근처 하중도에서 쉬고 있다.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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