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세종보 가보니... 세금 잡아먹는 하마될까 두렵다
[박은영 기자]
▲ 바람부는 금강의 천막농성장 |
ⓒ 대전충남녹색연합 |
거세게 흐르는 금강처럼 강바람도 거셌다. 집기가 마구 날아다녔다. 그래도 반가웠다. 장마가 지나간 뒤, 금강 둔치에서 내려와서 강변에 천막을 다시 쳤는데, 세종보 농성을 시작할 때의 바로 그 장소였기 때문이다. 해의 길이도 길어졌다. 한두리대교 밑 그늘이 이동했다. 바닥보호공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그늘에서 좀 더 버틸 수 있다. 농성장에서 한 분기를 지내니 해의 길이도 가늠이 된다.
장마는 청소부였다. 자갈이 말끔해졌고, 모래는 더 푹신해졌다. 어디에서 온 자갈일까? 처음 천막을 쳤을 때의 자갈도 아니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농성장 앞 웅덩이로 다가가서 누가 새로 이사왔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수달 똥도 발견했다. 물이 흐르고 있기에 시시각각 다시 보이는 풍경들이다.
천막 안에 앉아 가만히 금강을 바라본다. 아침이 밝아오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매미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리기 시작한다. 새들도 합창을 한다. 귓전을 때리며 지나가는 바람소리,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닌데 바라보고 있으면 소리를 내고 흘러가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물소리. 야외음악당이 따로 없다. 이 모든 게 자연이 만드는 음악회다.
▲ 환경부의 댐 건설계획 |
ⓒ 환경부 |
장마가 지나자 환경부가 발표한 것은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이었다. 30일, 환경부는 홍수와 가뭄을 막겠다며 충남 청양을 비롯해 14개 지역의 댐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즉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핑계로 우리 국토에 제2의 4대강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심산"이라며 댐 건설 추진계획을 중단하고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했다. (관련 기사 : 14개 신규 댐 후보지 선정에 환경단체 "기후문맹적 토건사업" https://omn.kr/29mhc)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댐을 만드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홍수피해 지역의 대부분은 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부실했던 제방이나 둑이 터진 게 주된 이유이다. 홍수터 역할을 하도록 비워둬야 할 하천공간에 과도하게 시설물을 설치했고 강폭이 좁아진 것도 그 원인이다. 가뭄에 필요한 것은 댐이 아니다. 4대강사업 때 올린 낙동강의 취수구부터 내려야 한다.
▲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환경부 |
올해 7월 21일, 세계 일 평균 지구표면 온도가 17.15도로 최고 온도를 갱신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재난에 대비한 도시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댐 타령이라니, 답답할 뿐이다.
이날 신규 댐 후보지를 발표하는 김완섭 환경부장관 양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이들은 얼마전 우리가 면담했던 물관리정책실장과 수자원정책관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신임 환경부장관에게 들었던 익숙했던 말이 어디에서 나왔나 더 분명해진다.
▲ 장마 후 세종보 모습 수문 관절 아래 잔뜩 끼어있는 자갈과 돌 |
ⓒ 대전충남녹색연합 |
▲ 장마 후 세종보 모습 수문 상판 나사가 풀려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 새홀리기가 사냥을 하는 모습 |
ⓒ 임도훈 |
"새홀리기다! 사냥하나 보다!"
할미새 한 무리가 혼비백산해서 날아가고 그 뒤로 바로 새홀리기 한 마리가 할미새들을 쫓아갔다. 사냥에 성공한 새홀리기가 날아가고 살아남은 할미새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잡힌 할미새는 안타깝지만 사냥하는 새홀리기의 생존방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잔혹하지만, 이런 게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순리를 따라 자연은 역동하고 순환한다.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생존방식이다. 하지만 세종보 담수는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 저지르는 살생과 같다. 세종보의 물은 용수로 사용하지 않기에 가뭄 예방용도 아니고, 보의 구조물은 수위를 높이기에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 그 어떤 유익함도 없는데 왜 윤석열 정부는 담수를 감행하려는 것일까. 우리가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 흰뺨검둥오리들이 농성장 근처 하중도에서 쉬고 있다. |
ⓒ 임도훈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MBC 장악 속도전', 이진숙·김태규 임명
- "일본 가랑이 긴 윤 정부, 사도광산 교섭 과정 다 밝히라"
- 이 도넛 유심히 보세요... 지구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 괴물이 된 그 부부
- "간첩법 반대는 사실왜곡" 민주당에 재반박한 한동훈, 사실일까?
- 이영지의 '스몰걸'이 마흔 중반 여자에게 가르쳐 준 것
- 67세 독일 할배에게 듣는 그 시절 홀로 육아
- 정점식 사퇴 수순? 서범수 "대표가 임면권 가진 당직자 일괄 사퇴"
- "탈시설로 인권침해" 권익위 토론회, '탈시설 반대' 아니다?
- 법사위 정회 시킨 "지가 뭔데"... 곽규택 "사과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