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로 인권침해" 권익위 토론회, '탈시설 반대' 아니다?

복건우 2024. 7. 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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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최 토론회에서 "탈시설조례 폐지 당연"... 강훈식 "장애인 고충 만드는 꼴"

[복건우 기자]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한국카리타스·주호영 국회부의장 공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지원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 자료집에 첨부된 '2023년 서울시 퇴소 장애인 자립실태 실태조사 결과' 일부. 언론 보도와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OO시'는 서울시, 'OO의집'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으로 확인됐다.
ⓒ 주호영 의원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토론회에서 '발달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탈시설로 (발달장애인이) 인권침해에 노출된다'고 주장하는 등 장애인 탈시설 반대에 사실상 힘을 싣고 있어 국제 협약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토론회는 토론회일뿐 탈시설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토론 자료집에는 검증되지 않은 통계와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사진이 사용되는 등 부정확하고 중립적이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탈시설은 장애인이 집단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하는 것을 뜻한다.

'향유의집' 운영법인 "정치적 사안 휘둘리는 권익위"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익위·한국카리타스·주호영 국회부의장 공동 주최로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지원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는 당연하고 상식적", "발달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탈시설로 인권침해 위험 노출",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탈시설을 선택할 의사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 등의 내용이 거론돼 탈시설 단체를 중심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권익위는 이 토론회 자료집에서 지난 2021년 4월 거주인 전원 탈시설 후 문을 닫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퇴소 현황을 공개했다. '2023년 서울시 퇴소장애인 자립실태 실태조사 결과'라는 통계에 담긴 것이었다. 퇴소 인원 55명 가운데 38명만 자립했고, 나머지 17명은 사망했거나(6명), 타 시설로 옮겨졌거나(4명), 원가정으로 복귀했다(7명)는 내용이었다. 다만 자료집에서 서울시는 'OO시', 향유의집은 'OO의집'으로 익명 처리됐다.

이 통계는 공교롭게도 토론회 전날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서 활용된 수치와도 맞아떨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단독] 탈시설 장애인 추적해보니... 죽거나 의사소통 불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권익위가 탈시설 정책과 발달장애인 돌봄에 관한 제도개선을 관계 부처에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6일 권익위에 제도개선 권고 여부를 질의했을 땐 "미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용한 통계도 부정확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지난 10일 공개한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퇴소 현황 일부. 프리웰은 "국민권익위원회와 조선일보가 시설 현황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라며 앞선 내용이 담긴 참고자료를 냈다.
ⓒ 프리웰
 
게다가 권익위 토론회 자료집과 <조선> 보도에서 거론된 수치들은 프리웰에서 확인한 내용과 달랐다. 향유의집을 운영했던 프리웰은 향유의집 입소 장애인이 총 54명(신규입소자 2명 포함)이고, 사망자는 총 7명(입소 중 사망 3명, 퇴소 후 사망 4명)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0일 기준 퇴소 후 사망자 4명의 사인은 각각 뇌출혈(50대), 바이러스 감염(60대), 암 투병(80대), 급성 심정지(70대)였다. 타 시설 전원자는 8명, 원가정 복귀자는 1명이라고 프리웰은 확인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이 토론회 자료집에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료집 붙임자료에 있는 시설퇴소동의서에는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10여 명의 생년월일과 성별, 성씨와 주소 일부 등 개인정보가 실려 있었다.

프리웰 이사장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권력으로부터 권익을 옹호해야 하는 권익위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는 것을 넘어 논란이 있는 사진을 사용한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와 그것을 자세히 설명하는 일반논평 5호와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보면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 정책"이라며 "탈시설 정책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종교 집단과 민간 운영 법인들이 정치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권익위가 정치적 사안에 휘둘려 독립기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서미화 민주당 의원실이 권익위에 향유의집 관련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조사 공개자료 원데이터를 요구했으나, 11일 권익위가 "서울시로부터 원데이터를 제출받지 못했다"고 회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기관이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탈시설 정책 반대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권익위 측 "토론자 섭외 아냐, 정책 관여 안 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유철환 권익위원장에게 10일 권익위 등 공동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의 맞춤형 돌봄지원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이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권익위 전문위원은 통화에서 "가장 정확한 데이터는 자료를 생산한 기관이 갖고 있으니 거기다 확인해 보시는 게 맞다"며 "토론자들의 자유로운 의견에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 우리가 토론자들을 섭외한 게 아니다. 반대편 쪽에 서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주시설 장애인 부모들이) 여기저기 두드렸는데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권익위를 찾아와 아픔을 얘기했다"며 "권익위는 탈시설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토론회는 권익위가 공동 주최로 이름을 올린 국회 토론회로 햇수로는 3년 만이었다. <오마이뉴스>가 강훈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권익위가 국회에서 혹은 국회의원들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는 2021년 12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 단 하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토론회는 이른바 '민폐주차', '갑질주차' 등 아파트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였고 전현희 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재직 시절 문진석·우원식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그만큼 권익위가 국회 토론회에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회 공동주최 토론회를 두고 "자주는 안 하지만 한 적은 있다. 특별한 기준은 없고 의원들 요청에 의해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취임 이후 처음인 건 맞다. 카리타스라는 천주교 단체와 공동 주최했다"고 답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권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주최한 토론회 자료집에 장애인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등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라며 "업무보고 당시 장애인 고충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고 권익위원장이 답변했는데 고충을 오히려 만드는 꼴이다. 권익위원장이 사안을 살펴보고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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