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요원’…“9월 2차 공고”
상반기 매입 신청 ‘미미’, 제도 집행도 ‘전무’
LH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 때문” vs 건설업계 “매입가격 너무 낮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상반기 2조원 규모의 건설업계 보유 토지를 매입하고자 했지만 집행된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LH는 오는 9월께 2차 공고를 앞두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건설업계 의견 수렴 등에 나설 방침이다.
31일 LH에 따르면 상반기 건설업계 유동성 공급을 위해 보유토지 매입 및 매입확약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된 토지가 모두 매입 대상 자격에 부적합 해 실제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건설업계의 신청 규모도 미비했다. LH는 보유토지 매입과 매입확약에 각 1조원씩 총 2조원 규모의 공고를 올렸지만 접수는 6건, 41필지(17만7000㎡)에 불과했으며 기준(상한)가격은 545억원에 그쳤다.
LH의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은 국토부가 지난 3월 28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를 위해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에 포함된 것이다.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를 LH가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동성 지원 방식은 LH가 기업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과 함께 LH가 확약일에서 1년 이후부터 2년간 매수청구권(풋옵션)을 기업에 부여하는 토지매입확약 방식이 새롭게 도입됐다.
LH가 매입확약을 하는 만큼 금융기관에 신용 보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사업 재추진 가능성이 생기고, 만약 사업이 불가능해지더라도 향후 기업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LH가 확약일 당시 가격으로 매입하는 구조다.
공급 목표 금액은 3조원으로 토지 매입이 2조원, 매입 확약 1조원으로 배정됐고 LH는 상반기 2조원, 하반기 1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매입 신청이 저조하다 보니 실제 매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금리에 미분양 우려로 한계에 내몰린 건설사 등의 관심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뒤집어진 셈이다.
LH는 저조한 신청 원인에 대해 “PF의 경우 다수 금융기관의 대출이 구성되다 보니 대주단 전원 동의가 어려웠던 점이 있다”며 “한편으론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있어 매입 신청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LH의 매입 가격이 낮다는 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LH는 공공시행자(LH, SH, GH)의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 90%를 상한(기준가격)으로 정하고 신청자가 희망하는 가격으로 매입하는데, 매각희망가격비율이 낮은 순으로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이 활용된다. 매각대금도 LH가 전액 부채상환용 채권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더니 LH의 매입 기준가격이 실거래가와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낮다는 반응이 컸다”며 “토지를 매각하려는 수요는 있었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회원사들도 결국 다른 매각 수단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매각을 했다가 향후 자금 여건이 괜찮아져서 토지 재매입을 한 뒤 사업을 재추진할 때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해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H는 상반기에 실제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올해 9월 매입과 매입확약 각 1조원씩 총 2조원 규모의 2차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에 앞서 건설업계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파악하고 매입 요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여러 지원책을 내놓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고 금융적인 측면에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고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판단 하에 건설업계도 단기적인 어려움을 버텨보자고 생각할 수 있다”며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 다만 여전히 경제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입 가격 기준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세금을 투입해 기업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다 매입할 수는 없다”며 “LH도 옥석가리기를 통해 좋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는 건설사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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