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가격 조정…스타벅스, 복잡한 셈법의 속사정
영업이익률 5% 미만으로 코로나19 반토막
원두값 치솟는데 경쟁 치열해지자 '조정' 카드
스타벅스가 2년 6개월 만에 가격 조정에 나섰다. 내달 2일부터 사이즈에 따라 음료 가격이 최대 600원 오른다. 국내 커피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스타벅스는 판매 비중이 50% 이상인 톨 사이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모든 음료의 숏(237㎖) 사이즈 가격을 기존보다 300원 인하하고,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는 각각 300원·600원 인상한다고 31일 밝혔다. 톨(355㎖) 사이즈 가격은 동결한다.
숏 내리고 톨 그대로, 그란데·벤티 올리고…스타벅스 사이즈 따라 가격 조정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사이즈는 톨이다. 계절에 따라 증감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톨 사이즈가 절반 이상 차지한다. 대략적으로 숏·톨이 55~60%, 그란데·벤티가 40~45% 수준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이즈별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스타벅스 포함 업계 최초"라면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톨 사이즈 음료 가격 동결을 통해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노 벤티는 6100원…자바칩 프라푸치노 가장 큰 사이즈는 7900원
이로써 인기 메뉴인 카페 아메리카노 기준 그란데 사이즈 가격은 기존 5000원에서 5300원으로 오른다. 벤티 사이즈 가격도 5500원에서 6100원으로 상승한다. 반면 숏사이즈는 4000원에서 3700원으로 내린다. 톨 사이즈 가격은 기존 4500원 그대로다.
카페 라테의 경우 그란데 사이즈 가격은 기존 5500원에서 5800원으로 오른다. 벤티 사이즈 가격도 6000원에서 6600원으로 상승한다. 반면 숏 사이즈는 4500원에서 4200원으로 내린다. 톨 사이즈 가격은 기존 5000원 그대로다.
자바칩 프라푸치노 가격은 톨 사이즈 기준 6300원으로 유지되고, 그란데 사이즈는 6800원에서 7100원으로 오른다. 벤티 사이즈는 7300원에서 7900원으로 인상된다.
국제원두가격 천정부지 치솟자…스타벅스 2년 6개월 만에 가격 조정 카드
스타벅스의 가격 조정은 2022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과거 인상 주기와 비교하면 짧다. 스타벅스는 2014년 7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스타벅스가 가격 조정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고꾸라진 영업이익률이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인 2조929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4.8%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8.5%), 2021년(10.0%)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점포 수가 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인건비와 원재료비 등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주요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에 시달리면서 국제 원두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기준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지난 30일 기준 t당 426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41.7% 급등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 또한 뉴욕상업거래소(NYBOT) 기준 t당 5088달러로 연초 대비 21.4% 올랐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는 가격 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도 최근 더욱 극심해진 커피 시장 경쟁을 고려해 톨 사이즈 가격은 동결했다. 이를 통해 가격 조정에 따른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aT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은 9만9000곳에 육박한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 몸집을 키우면서 고가·중저가 브랜드 할 것 없이 손님 뺏기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국제 원두 가격 인상, 고환율, 인건비 등 대내외적 가격 인상 요인을 그동안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됨에 따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두 주자 출격에…카페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저울질
스타벅스가 가격 조정을 시작하면서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더벤티의 경우 이미 지난 4월 카페라테 등 메뉴 7종 가격을 200~500원 올렸다.
투썸플레이스·할리스 등 주요 고가 프랜차이즈, 이디야·컴포즈·메가커피 등 중저가 프랜차이즈는 "현재로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 선도하는 스타벅스가 가격 조정 카드를 꺼내 듦으로써 상황이 바뀌었다. 카페 업계 관계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워낙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최대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맞다"면서도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가격 조정한 만큼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가 복잡한 셈법으로 가격 조정에 나서면서 다른 브랜드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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