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신도시’ 첨단 자족도시로 거듭날까? [슝안신구 탐방기](2)
■
「 시진핑의 승부수, 시진핑의 야심작, 시진핑이 직접 챙기는 특구…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초대형 신도시 슝안신구(雄安新區) 앞에 자주 붙는 수식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별한 관심과 4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유령도시’라는 비난이 따른다. 2017년 신구 조성 정책 발표 후 2년 만에 닥친 팬데믹으로 3년 4개월 동안 주춤했던 슝안신구 개발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중국지역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김동하 교수가 이번 달 슝안신구에 직접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이에 김동하 교수의 생생한 답사기를 두 편으로 나눠 연재한다. 」
슝안신구 버스비는 얼마?
슝안신구에 가려면 고속철 슝안(雄安)역에서 내린 후 도심까지 20㎞를 더 이동해야 한다. 현재 13개 시내버스 노선과 7개 장거리 버스 노선이 운행 중이며, 이 중 4개 노선(K11, K12, K13, 투어1)은 슝안역에서 출발한다. 버스비는 1위안(약 190원)으로, ‘슝안싱(雄安行)’이란 교통 앱(App)을 사용하거나 현금을 내면 된다. 10km까지 2위안이고 매 5km 마다 1위안이 추가되는 베이징 시내 버스비와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이번 여행에서 탄 K11 버스는 역에서 도심까지 약 50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엔 도로마다 버스 전용차선이 있었다. 또한 도심 공원 밑으로 지하 차도와 터널이 설치돼 친환경 도시를 추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슝안신구 뉴스의 단골 소재인 자율주행 버스 901번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난원잉(南文營)에서 딩안(定安)까지 운행 구간은 약 4.8km,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루에 6편만 운행한다.
속속 들어서는 종합병원과 의료센터
지난 4월엔 베이징대학 인민의원 슝안건강관리센터(北京大學人民醫院雄安健康管理中心)가 개원했다. 또 베이징 수도의과대학 선무의원(首都醫科大學宣武醫院)은 지난해 9월 600개 병상 규모로 개원했으며 CT, MRI 등 최신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다. 이 병원은 개원 초기 20여 명의 의료진과 직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는데, 모든 진료과가 정상 가동되면 100여 명의 의료 인력이 상주할 예정이다. 또 추가로 248명의 행정직 직원을 초빙한다는 공고를 냈다. 중국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인 베이징대학 인민의원 슝안원(北京大學人民醫院雄安院)은 1000개 병상 규모로 2026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또 다른 베이징 주요 종합병원 중 하나인 베이징 협화의원 슝안의원(北京协和医院雄安医院)도 내년 6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슝안신구의 핵심은 비즈니스 서비스센터
슝안신구의 코어(Core)는 슝안 비즈니스 서비스센터(雄安商務服務中心)로 24개 동 건물이 2022년에 이미 완공됐다. 이곳은 고속철 바이양뎬역에서 차로 10분, 슝안역에서 3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베이징-슝안 고속도로 출구로부터 7분 거리에 있다. 센터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슝안 컨벤션센터(雄安會展中心) 전시장이다. 컨벤션센터는 총면적이 8.5만㎡(약 25712평)로 2800㎡(약 847평) 규모의 메인 전시홀, 다기능 홀 두 곳, 소형 전시 공간 두 곳, 소형 회의실 20개를 갖추고 있다. 센터에는 전시장 외에도 5성급 호텔, 사무 빌딩, 오피스텔, 유치원, 영화관, 수영장 등이 있는데 모두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다. 센터 안 5성급 호텔인 슝안 소피텔(雄安索菲特酒店‧Sofitel)은 2023년 1월에 개업했다.
슝안 아웃렛에 투자한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 상인
슝안신구의 주요 쇼핑 명소로는 2023년 1월에 개업한 슝안 아웃렛(雄安奧特萊斯)이 있다. 총면적 13만㎡(약 39325평), 총 4개 동으로 각종 브랜드 매장, 식당, 아동 놀이 공간 등을 갖춘 복합 상가 형태다. 지금은 전면에 있는 두 개 동이 먼저 개관했다. 슝안 아웃렛은 2009년에 설립된 아웃렛중국(奧特萊斯中國)이란 민영회사가 투자했는데, 주로 중국 3·4선 도시에서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다. 아웃렛중국의 모기업은 2000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 설립된 둬푸그룹(多弗集團)이다. 500대 중국기업, 30대 민영기업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종합 그룹으로 직원이 만 명이 넘는다. 중국에서 제일 장사를 잘하기로 소문난 저장 상인 중에서도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이 투자했다는 건 슝안신구가 ‘향후 돈을 벌 수 있는 도시’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슝안신구의 여러 상점과 식당 직원, 택시 기사, 카페 아르바이트생 등은 모두 슝안신구 3개 현 출신 현지인이었다. 현지인 우선 취업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웃렛에서 만난 한 종업원은 신구 설치로 일자리가 늘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또 쇼핑 중 만난 IT 회사 직원은 아웃렛이 생겨 예전처럼 베이징이나 바오딩으로 원정 쇼핑 나갈 필요가 없어져 편하다고 했다.
학군 문제, 베이징 명문 학교 유치로 승부수
슝안신구는 베이징에서 전근한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인 자녀 학업 문제를 명문 학교 유치로 해결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많은 학부모가 선망하는 명문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의 분교를 슝안신구에 짓는 식이다. 지난해 9월부터 베이징 제4중학(北京第四中學), 사가호동초등학교(史家胡同小學), 북해유치원(北海幼兒園) 등이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베이징 제4중학은 1907년 청나라 때 설립된 중‧고교로 베이징 명문대 합격률이 높기로 유명한 명문 공립학교다. 1939년 설립된 사가호동초등학교는 중국에서 인터넷 교육과정을 가장 먼저 도입한 학교 중 하나다. 북해유치원은 1949년 만들어진 베이징 시립 유치원으로 중국 지도층이 모여 사는 중난하이(中南海)와 가까워 고위층 자제가 다니는 VIP 유치원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말 기준, 슝안신구에는 유치원 4곳,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초‧중등 통합 9년제 학교 1곳이 문을 열었다.
‘대학성(大學城)’, 캠퍼스 타운은 아직 건설 중
슝안신구 동북 지역에는 대학 및 연구기관들이 밀집한 캠퍼스 타운인 ‘대학성(大學城)’이 조성될 계획이다. 올해 1월 착공한 슝안신구 대학성에 입주하기로 확정된 대학으로는 베이징이공대학(北京理工大學), 베이징항공항천대학(北京航空航天大學), 베이징어언대학(北京語言大學), 화북전력대학(北京華北電力大學), 중국전매대학(中國傳媒大學) 등이다. 2026년 이전 개교를 목표로 슝안대학(雄安大學)도 신설될 예정이다.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이 빠진 것은 한계로 꼽힌다. 입주가 결정된 대학의 한 교수는 슝안신구 대학성의 성공 여부는 유명 대학의 유무보다는 IT, 금융 같은 슝안신구의 수요와 입주대학 전공에 대한 수요(컴퓨터, 의료, IT, 소프트웨어, 금융, AI 등)가 합치하는지에 달렸다고 필자에게 밝혔다. 학부모와 수험생이 원하는 전공이 개설되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 대학이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슝안신구, 인구 530만 첨단 자족도시가 될 수 있을까
이틀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슝안신구를 직접 둘러본 결과, 3년 4개월이라는 팬데믹 공백기가 무색했다는 판단이다. 당초 계획된 슝안신구의 공공기관, 쇼핑몰, 아파트, 초‧중‧고교, 스타디움 등은 이미 완공됐거나 현재 건설 중이었다. 현지 식당, 쇼핑몰, 택시 등에서 만난 주민들도 희망에 차 있었다. 슝안역에서 만난 한 베이징 거주 직장인은 지난해 10월 슝안신구 지사로 발령받아 월요일에서 금요일만 이곳에서 지내지만 최근 회사 근처에 주택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슝안역은 여전히 집은 베이징 직장은 슝안신구라 매주 금요일 저녁 베이징행 열차에 오르는 직장인으로 붐빈다. 하지만 여러 도시 편의 시설과 공공기관 등 인프라가 차질 없이 건설된다면 슝안신구는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인구 530만 명의 첨단 자족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 나는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다 <특수부 사람들-1> | 중앙일보
- "샤워하고 나오면 훤히 다 보인다"…여자 육상선수 분통, 무슨 일 | 중앙일보
- 뱃속 아이는 소리 못 듣는다…"태교는 사기" 갓종관 일침 | 중앙일보
- "50대 한국인 아빠, 4살 친딸 성폭행" 외국인 아내 뒤늦은 신고, 왜 | 중앙일보
- '금메달 포상금' 1위 홍콩은 10억 쏜다…9위 한국은 얼마 주나 | 중앙일보
- "밥맛 없다" 머리 잡은 황선우…수영 황금세대 주저앉고 울었다 [파리TALK] | 중앙일보
- 머스크도 사격 김예지에 반했다…"액션 영화 캐스팅하자" | 중앙일보
- 민희진 카톡 공개…"배째란 거냐" 성희롱 기억 안난단 임원 질책 | 중앙일보
- 오상욱 "이건 어따 쓰죠?"…금메달과 받은 '의문의 상자' 정체 | 중앙일보
- "서울대 가려고 새벽마다 '이것' 먹었다" 이혜성 눈물보인 이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