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축구장폭격' 사흘뒤 레바논 공습…헤즈볼라 '오른팔' 제거

박형수 2024. 7. 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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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30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서 무장정파 헤스볼라를 겨냥한 표적 공습을 단행해 헤즈볼라 수장의 최측근을 사살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27일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으로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지 사흘만에 이뤄졌으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재보복 시 또다시 강경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양측간 전면전이 일촉즉발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이들과 같은 ‘저항의 축’인 예멘 후티 반군과 이들의 배후인 이란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자칫 중동 전역이 불바다가 될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30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신화=연합뉴스


"축구장 공격에 대한 보복"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날 베이루트 외곽 민간 거주 지역인 하렛 흐레이크에 위치한 8층 건물에 드론이 발사한 로켓 3발이 날아들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또 건물의 두개 층이 무너지면서 거주민들이 매몰됐고, 주변 주택가와 차량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해당 드론이 하렛 흐레이크에 있는 헤즈볼라 집권당인 슈라 위원회를 표적으로 삼았다고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오후 8시 성명을 통해 “조금 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에서 공습을 실시했다”면서 “이번 공격은 마즈달샴스 등을 포함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해온 헤즈볼라 지휘관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헤즈볼라는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오늘 밤 우리는 우리 군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은 정확하고 전문적인 작전으로 헤즈볼라 최고 군사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헤즈볼라는 슈크르의 생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재민 기자


이스라엘군의 공습 목표였던 슈크르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로, 가자 전쟁 발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 공격을 지휘해 왔다. 1983년 미군 241명이 사망한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를 주도해 미국의 수배도 받고 있었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500만 달러(약 69억 원)였다.

이스라엘군은 “슈크르는 정밀유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대함미사일, 장거리 로켓, 드론 등 헤즈볼라의 최첨단 무기를 담당해왔다”며 “1985년 헤즈볼라에 합류한 이후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수많은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슈크르는 많은 이스라엘인의 피를 손에 묻혔다”면서 “오늘밤 우리는 우리 국민의 피를 흘린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도 강조했다.

레바논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는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공격에 대해 “노골적인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압둘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에 대한 이의를 공식 제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관건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헤즈볼라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헤즈볼라의 한 간부인 알리 아마르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알마나르TV에서 “이스라엘은 공격 규모와 타이밍, 상황 면에서 완전한 민간인 지역을 표적으로 삼아 매우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면서 “이스라엘은 조만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앞서 헤즈볼라는 “레바논 영토 내에서 레바논인, 시리아인, 이란인, 또는 팔레스타인인을 암살하는 행위는 결정적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향해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 공습의 표적이 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붙어 있는 포스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운데)와 이마드 무그니예(왼쪽), 그리고 이란의 카셈 솔레이마니(오른쪽)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외교적 해법 찾아야" 강조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이란의 신임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모인 가운데 이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별도 성명을 통해 “레바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면서 “헤즈볼라와 레바논은 이스라엘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국과 국제 사회는 확전 방지를 위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 측은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레바논과 이스라엘 모두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면전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전히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여러분이 3년 반 지켜본 것처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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