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습' 수단으로 변질되는 가업상속공제 개선방안은?

윤종은 2024. 7. 31. 14: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업 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 열려

[윤종은 기자]

  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가업 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 윤종은
 
가업 상속공제의 입법 취지는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및 경영 노하우의 전수·활용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 생산 등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원할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업승계'가 아닌 '재산세습'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투자나 R&D 연구개발을 일정 기간 늘리면 매출액과 상관없이 공제 금액을 두 배로 늘려주거나, 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특구로 이전한 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논란이다. 

이에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가업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 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에서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공익목적 규정이 형해화되고 자산가 상속세 면탈 수단으로 전락

발제를 맡은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업승계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이론과 그에 따른 감세정책이 글로벌스탠다드가 되면서 세계각국의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우리나라 헌법과 관련 법률에는 조세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와 학문적으로 독일조세기본법에 기초하여 조세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즉 조세정의의 부재로 '수직적 공평(시장의 자유와 권리)' 대 '수평적 공평(시장개입 통한 분배)'에 관한 논쟁이 지속되며 이는 경제와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간 평균 수백건에 불과했던 가업상속(가업증여) 등에 대하여 '22년 기준 1조원 이상 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자에게는 지속적 증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근로소득세 세수는 지속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자본이득 관련 세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우리나라 가업 승계세제는 1997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공제한도1억원) 도입되었으나, 이후 7차례의 개편을 통해 적용범위와 공제한도가 확대되고 사후관리가 완화되어왔다. 특히 2007년 가업 승계세제가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되고 사후관리가 대폭 완화되면서 가업 승계세제는 공익목적 관련 규정이 형해화되고 자산가의 상속세 면탈 수단으로 전락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개정안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빌미로 밸류업, 스케일업, 기회발전특구창업 등 기업에 대해 가업 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하여 사실상 '기득권세습세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호림 교수는 "가업승계 이후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이익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창업자금 증여에 대하여도 과세특례를 적용하고 있는바, 이는 기회균등 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을 일탈한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입법취지와 무관하게 가업 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여 가업 상속제도가 '기득권세습세제'로 전락했고 가업 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이 큰 폭으로 증가된 반면 사후관리는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은 이전에 두 번 가업상속공제 관련 위헌판결 이후, 가업 상속공제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제 제한 및 필요성 심사 등 가업 상속공제 관련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하여 왔다"라며 "우리 가업승계세제는 과세제도가 아니라 상속세를 면제하기 위한 '조세특례제도'로 기능하고 있어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 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재정정책 토론회에서 김영환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종은
 
자의적 대신 엄격한 가업 상속공제 시행해야

이어서 진행된 토론에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2013년 '미국 납세자의 세금감면법'이 통과되면서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폐지된 바 있다"라며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우리도 공제 한도 축소와 함께 대상을 비상장기업, 중소기업으로 축소하고, 기업의 고유기술 등 사전검증을 강화하며 매출액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는 가업의 범위를 자산 규모까지 고려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고용 안정 및 고용 창출의 관 점에서 접근하여 일정 기간의 고용율에 따라 공제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이동우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변호사는 상속인의 요건 강화와 가업 외 수익 요건 신설, 가업승계 이후 업종 변경범위 축소, 상장기업 가업승계 불인정, 고용유지 요건 강화, 사후관리기간 확대, 대상기업의 확장 제한 등을 제시했다.

토론이 끝난 후, 김영환 국회의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관련 "경쟁과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자본주의를 '세습자본주의'로 바꾸려는 시도이다"라며 "해외 자회사 배당 익금 불산입이나 수출 목적 일감 몰아주기 등의 공제 대상 확대 시도처럼 타당성이 결여되고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정책 시행을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일본을 제외하고 미국, 독일 등은 가업상속 관련 엄격한 제한을 두는 데 반면 경제권력으로 등장한 국세청, 기재부 등 우리 정부의 가업상속 완화 정책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다"라며 "가업승계 관련 엄격하고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을 완화하고 오히려 공시제도 등을 강화해 사회적 검증을 거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차규근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높은 상속세율은 혁신의 적'이라고 말했는데, 잘못 설계된 가업상속공제제도야 말로 우리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혁신의 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현행 제도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한다는 생각인데, 이번 정부의 개편안은 이를 더 위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