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개미' 경로 맞춘 엔비디아 AI, 한국도 공동 연구 나섰다

이희권 2024. 7. 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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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날씨와 기후를 시뮬레이션하는 플랫폼 ‘어스-2’를 소개하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이희권 기자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날씨 예측에 도전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해 기상정보를 학습한 AI 모델이 예보 정확도 측면에서 기존 수퍼 컴퓨터를 넘어서면서 한국 기상청을 포함한 각국 기상 당국도 실제 예보에 생성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스탠 포시 엔비디아 지구시스템 모델 총괄은 30일 서울 강남구 엔비디아코리아 사무실에서 “AI는 이제 기후예측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말했다. 포시 총괄은 2009년 엔비디아에 합류해 지구시스템 과학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AI·고성능컴퓨팅(HPC)을 활용해 날씨 예측이나 유체 역학(액체나 기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물리학) 시뮬레이션 등 폭넓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탠 포시 엔비디아 지구시스템 모델 총괄이 30일 서울 강남구 엔비디아코리아에서 기상 예측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엔비디아는 최근 기후 연구 플랫폼 ‘어스-2’와 생성 AI 모델 ‘코디프’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날씨 예측에 도전장을 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공장 전체를 컴퓨터로 복사하듯, 지구적 차원에서 디지털 트윈을 실행해 날씨는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파도를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2024 기조연설에서 대만에 어스-2 기술을 적용한 영상을 직접 공개하며 “AI가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포시 총괄 역시 “AI 덕분에 지난 50년 동안 사용했던 기상 예측 방식보다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앞으로 3년 내로 거의 모든 기관이 기상 AI 모델을 사용할 것”이라 말했다.

대만 기상청(CWA)은 올해 엔비디아의 모델을 사용해 태풍 진로를 예측했다. AI 기반의 예측 프로그램은 최근 대만과 중국 남부를 강타한 태풍 개미의 예상경로를 기존 모델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자체 생성 AI 모델 ‘코디프’를 이용해 태풍의 진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 엔비디아

비결은 생성 AI에 있다. 기상 정보를 학습한 생성 AI를 활용해 현재 25km 단위 수준의 해상도를 2km 수준까지 높여 날씨를 예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 이를 통해 구름의 크기와 강수량 등 시간대별 날씨 상황을 예전보다 촘촘하게 살필 수 있다. AI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데이터가 빈 공간을 채워 화질을 선명하게 하는 업스케일링 기술과 같은 원리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U가 사용됐다. 엔비디아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던 기존 날씨 예측 방식에 비해 1000배 빠른 속도로 모델을 구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시 총괄은 “한국 기상청은 물론 서울대·연세대 등과도 기후 예측 모델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전 세계 많은 기상 당국과 협력하고 있지만 한국 기상청은 그 중에서도 기술 도입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앞서가는 곳”이라 말했다. 엔비디아와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AI 기반의 지역 날씨 예측 모델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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