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캠프서 태어나 하마스 1인자로…세 아들 죽음엔 "순교 영광" [하니야 피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했다가 암살된 이스마일 하니야(62)는 가자지구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까지 오른 인물이다.
하니야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던 난민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유엔에서 운영하던 학교에 다녔고 가자 이슬람 대학에서 아랍 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민중봉기)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당국에 구금됐다가 1988년 다시 투옥됐다. 이 과정에서 1차 인티파다를 계기로 하마스가 창설되자 조직에 가입했다. 인티파다는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불만이 쌓이던 중 발생한 시위로 이스라엘 은행 점령, 이스라엘산 물품 보이콧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NYT에 따르면 하니야는 하마스 창립자인 아흐메드 야신의 개인비서 노릇을 하며 세력을 키웠다. 2004년 야신 창립자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숨진 뒤 복수를 맹세했다. NYT에 따르면 하니야는 야신의 사망에 슬퍼하는 군중을 향해 "울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확고부동해야 하고, 복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기자 이에 반발해 이스라엘과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이후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며 총리직에 올랐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이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하면서 그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다. 2017년 2월 야히야 신와르에게 지도자 자리를 넘겨준 뒤 같은 해 5월에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하니야는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분쟁 국면마다 협상 역을 도맡았다. 2021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11일 전쟁' 이후 이집트의 중재로 진행된 휴전 협상에 관여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진행된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하마스를 대표해 협상장에 나섰다.
휴전 협상이 진행되던 가운데, 지난달 그는 누나와 조카 등 가족 10명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잃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세 아들과 손주 네 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의 죽음이 하마스의 협상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 텔레그램 성명에서 "적들이 내 아들과 손주를 죽임으로써 우리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망상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교하는 영광을 주신 신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英 언론 "가자 빈곤층 67%인데 하니예 재산 5조원"
서방 언론 사이에선 하니야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말 영국 더타임스는 하니야의 재산이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3분의 2가 빈곤 상태인데, 하니야 일가만 부를 쌓고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카타르의 고급 숙박업체인 포시즌스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고 있으며, 자녀와 사위 등이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SNS에는 하니야의 두 아들이 카타르, 튀르키예의 고급 호텔에서 사치스럽게 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돌았다. 하니야가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20% 물리고, 암시장 수수료를 받아 뒷돈을 챙겼기 때문에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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