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댐 후보로 선정된 청양 지천, 주민 반응 싸늘한 이유
[이재환 기자]
▲ 기자회견 중인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
ⓒ 이찰우 제공 |
청양 주민들은 지천댐이 건설될 경우 농사에 미칠 악영향과 상류 지역 개발 제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천은 칠갑산에서 발원해 청양읍과 남양면 등을 지나 금강으로 흐르는 작은 하천이다.
전형식 정무부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환경부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했다"며 "청양 지천이 댐 후보지로 포함된 것에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양 지천은 지난 1991년, 1999년, 2012년 3차례에 걸쳐 댐 건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등 상류 지역 규제 문제 등으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크게 반전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양은 하루 1만2천 톤 용수를 사용하는데, 보령댐 8천 톤과 대청댐 2천 톤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수원은 2천 톤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용수가 부족해 기업을 유치하거나 기존 기업들이 공장을 확장하려고 해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물 부족해서 공장 유치 어렵다?
전 정무부지사는 충남의 물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물이 부족해 공장 유치나 기존의 공장들의 확장이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물 공급 계획' 없이 무작정 산업단지 혹은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경우, 댐 건설로 인한 물 부족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을 모으는 것보다 쓰는 양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농(도시와 농촌) 복합도시가 충남은 최근 산업단지 건설 승인 혹은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전 부지사는 또 "청양과 부여는 2017년 2022년까지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었다. 또 2022년, 2023년에는 지천이 범람해서 청양 부여 지역에 1184억 원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댐 건설은 우리 지역의 물 자원 관리 및 안정적인 물 공급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 기존의 댐과 저수지를 적극 활용하고 '물을 정의롭게 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명숙 전 충남도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17년에 완공된 보령댐 도수로 건설에 625억 원이 들어갔다. 예당저수지에도 1000억 원 가량을 들여 도수로를 설치했다. 금강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당저수와 보령댐 물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이후, 청양은 인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다. 도수로를 활용해 물을 확보하면 된다. 굳이 인구 소멸 지역에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자연환경 파괴와 농민들의 피해가 예상 된다. 청양군을 소멸시키면서까지 댐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댐 건설인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댐 건설해서 공업용수로... 물은 계속 모자랄 것"
그러나 충남도는 '물 부족'을 이유로 댐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남도 기후환경국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충남은 식수를 보령댐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이다"라며 "지천 상류에는 청양읍이 있다. 청양읍에서 나오는 오수가 지천으로 흐르는데, 이를 하수처리장으로 우회시킬 계획이다. 환경부에 홍수조절과 식수 목적을 위한 다목적댐으로 건설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충남도 부지사의 입을 통해 '공업 용수 활용'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 졌다.
청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씨는 "지천댐 건설 목적 중 하나가 식수 공급이 아닌 공장 용수 공급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홍수조절이나 식수공급이라는 댐건설의 목적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라며 "댐에 저장한 물을 공업용수로 이용할 경우, 댐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물은 계속 모자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의 초법적 방송장악... 이진숙, 여권 이사 13명 선임
- 'MBC의 굴종' 원하는 윤 대통령, 국가가 뿌리째 흔들린다
- '깜짝 금' 오예진의 경기 직전 카톡 "엄마, 메달 걸어줄게 딱 기다려"
- 소멸되는 윤 대통령 통화기록, 공수처 책임이다
- 한동훈 보는데 정점식 "발언 않겠다"... '사퇴 압박'에 뒤끝 침묵
- 오세훈 서울시, 제2의 5.16 광장 꿈꾸나
- 땅에 키스한 우크라이나 펜싱 선수가 감동적인 이유
- [영상] 수해복구 골프장서 스윙한 금산군수, 참석자들 "굿샷" 환호
- 9년 투쟁 끝에 정규직으로 출근한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 한동훈은 친윤 정점식을 몰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