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무대에 데뷔" 한국 학생들, 콧대 높은 유럽에서 연주

김호정 2024. 7. 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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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앙상블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제에 데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제의 아카데미 무대에서 공연한 온드림 앙상블.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후원하는 한국 학생들의 앙상블이다. 사진 현대차정몽구재단

22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의 음악제가 열리는 극장. 한국의 바이올린 연주자 박서현(19)과 김수언(17)이 무대에 올랐다. 객석에는 18일 개막해 2주동안 이어지는 베르비에 음악제의 관객 중 100여명이 앉았다.

현재 음악 대학 학생인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비예나프스키의 두 대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를 연주했다. 이어 한국 학생 총 10명이 연주를 이어갔다. 윤이상의 4중주, 생상스의 7중주와 다소 생소한 작곡가인 조지 온슬로, 프란츠 차드카의 곡까지 이어졌다. 어려운 프로그램이었지만 10ㆍ20대의 학생들은 집중력 있는 연주를 선보였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이날 공연한 이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후원하는 장학생들이다. 재단은 2009년부터 문화예술을 연마하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인재를 후원하고 있다. 전액 등록금, 학습 지원비, 해외진출 장학금, 국제대회 경비 및 수상시 우수장학금 등으로 지금까지 2700명에게 113억원을 지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ㆍ김송현, 첼리스트 한재민,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등이 국제 콩쿠르 입상 전부터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후원 받은 대표적 장학생 출신 음악가들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들은 ‘온드림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매해 공연을 비롯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알프스 자락에서 열리는 스위스의 베르비에 음악제. 사진 온라인 캡처

‘온드림 앙상블’이 이날 스위스의 명망있는 여름 음악제인 베르비에 음악제에 데뷔했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베르비에 음악제는 전세계의 일류 연주자가 모여 유명한 축제다. 알프스 자락의 대표적 휴양지인 이 곳에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모여든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한국 최초로 올해 이 축제의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베르비에 음악제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들에게 데뷔 무대를 열어주며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게 해서 ‘온드림 앙상블’의 10ㆍ20대 연주자 10명이 베르비에의 아카데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한창 음악을 공부하는 중인 학생들은 이날의 데뷔에 감격스러워했다.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 중인 김수언은 “항상 꿈꿔왔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직접 가게 된 꿈같은 기억이다. 언젠가 메인 무대 연주자로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온드림 앙상블’의 최연소 연주자다. 이밖에도 비올라 김금남(21), 첼로 최아현(18), 더블베이스 문준하(19), 클라리넷 안수민(20), 호른 최선율(19), 트롬본 박지수(19), 피아노 지현규(22)ㆍ신윤선(19)이 베르비에 무대에서 처음 연주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일찍 발굴한다는 사명에서 베르비에 음악제와 연결 고리를 찾았다. 베르비에 음악제는 유명 연주자들의 무대뿐 아니라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기회 제공을 중요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축제를 이끄는 3개의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모두 젊고, 특히 축제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음악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위해 축제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학생들은 2주동안 100회 가까이 공개레슨, 워크숍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베르비에 음악제에서 아카데미와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스테판 맥홀름 아카데미 담당 감독은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중요하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베르비에가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세계적 축제인 베르비에 데뷔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개인의 기량 뿐 아니라 함께하는 연주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곡하고 수시로 모여 연습했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김금남은 “우리에게 중요한 무대였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습했다”고 했다. ‘온드림 앙상블’을 지도하며 이번 무대에서도 함께 연주한 성재창(서울대 교수, 트럼펫)은 “쉽지 않은 선곡에 세계적 수준의 관객들이었는데 학생들이 주눅들지 않고 연주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현악기 지도교수인 김현미(한국예술종합학교, 바이올린)는 “준비 과정은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근성이 기대 보다 더 훌륭했다”고 했다.

취리히 음악원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협약식. 왼쪽부터 취리히 음악원의 에리히 줌스타인 총장, 허승연 부총장,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정무성 이사장, 이선철 자문위원. 사진 현대차 정몽구 재단

베르비에 연주에 앞서 ‘온드림 앙상블’은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과 협약식을 맺었다. 스위스의 유서 깊은 음악학교인 취리히 음악원 에리히 줌스타인 총장은 19일 협약식에서 “클래식 음악 인재의 육성에 집중하는 두 기관이 젊은 음악가들의 국제 교류에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한국의 재단 장학생들과 취리히 음악원 학생들은 앞으로 서로의 나라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공연을 함께 하게 된다. 이번 방문에서 ‘온드림 앙상블’의 학생들은 취리히 음악원에서 교수진에게 레슨을 받고, 음악과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호른을 전공하는 최선율은 공개레슨에 참여한 후 “SNS나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만 보던 교수님들께 레슨을 받게 돼 영광이었다”며 “연주에서 항상 고민이었던 것들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주셔서 해답과 같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온드림 앙상블’의 국제적 교류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정무성 이사장은 “이번 여정에서 젊은 음악 인재들이 세계를 향한 더 큰 꿈을 가지게 됐기를 바란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지원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취리히ㆍ베르비에=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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