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달걀 산지값 고시, 60년만에 일원화한다…권역 나누고 표준계약서 도입

이해곤 2024. 7. 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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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산지가격 조사 체계·거래 관행 개선…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발표

[한국경제TV 이해곤 기자]

60년 간 깜깜이로 이뤄지던 달걀 산지가격 조사가 대폭 개선된다. 생산자 단체의 희망가격 고시를 권역을 나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해 발표하고, 거래에 있어서도 물건을 보내고 대금을 뒤에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달걀 산지가격 조사 체계와 거래 관행 개선 방안을 31일 발표했다.

달걀 산지가격 고시는 1960년대부터 생산자단체가 해왔다. 생산자단체가 하다보니 농가와 유통상인 간에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닌 미리 거래 희망가격(협상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 생산자단체는 유통상인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생산 농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으로 이러한 가격고시 방식을 계속해 왔다.

거래 방식도 유통상인이 농가에서 달걀을 구입한 뒤 매입 금액은 4~6주 뒤에 확정해 지급하는 후장기거래 방식이 관행으로 유지됐다.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등외란 비중, 파손 등 손실금은 생산자가 떠안아야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단체의 가격고시와 유통상인의 후장기 거래 관행은 상호 불신을 야기해 계란 가격 형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며 "가격고시는 가격이 오르는 추세에서 더욱 속도를 높이고 내릴 요인이 있을 때는 더디게 내리게 하고, 후장기 거래에 따라 농가는 상품을 판매했음에도 한동안 수취 가격이 불확정적인 상태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가격고시와 거래 관행은 결국 대표성 있는 산지 거래 가격 형성을 불가능하게 하여 다양한 계란 유통채널 발전을 저해하고 거래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 대표성 있는 계란 산지가격 조사체계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단체와 협의를 지속해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유통상인이 농가와 거래할 때 실거래가격, 검수 기준 등을 명시한 '표준거래계약서'를 활용한다. 농가와 유통인 간 협의 하에 이행하도록 하고 추후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거래에 활용될 표준거래계약서는 생산자단체와 유통단체의 협의로 작성됐고, 활용 확산을 위해 업계 대상 홍보를 강화하고 온라인도매시장 우선 상장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와 함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산지 거래 가격을 조사해 발표하고, 생산자단체의 가격고시는 폐지한다.

조사 가격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 근거 하에 권역별로 일정 수 이상의 거점 농가와 유통인을 표본으로 선정하고 후장기 거래를 제외한 실제 산지 거래 가격을 매일 조사해 발표한다.

농식품부는 달걀 관련 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검증·보완하고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생산자, 유통업계 등에서 향후 수급 상황 예측을 통한 합리적인 영농 및 경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관측을 강화한다. 산란계 입식정보, 달걀이력정보 등을 활용해 수급 및 가격에 대한 전망을 매월 제공하는 관측의 기간 범위를 현재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확대한다.

농식품부는 거래 관행 개선으로 대표성 있는 계란 산지가격이 형성·제시돼 생산자와 유통업계는 직거래, 온라인, 공판장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한 거래가 가능해지고 협상 비용 등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란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각종 정보를 활용해 관측을 고도화해 안정적인 계란 수급 및 가격 관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국민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계란 가격의 정보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발표해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라며 "생산자단체 등과 협력해 안정적으로 계란 수급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곤기자 pinvol197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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