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산업까지 드리운 전기차 캐즘 ‘먹구름’…에코프로, 적자전환(종합)

정진주 2024. 7. 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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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손실 546억…전년비 적자전환
에코프로 계열사, 제품 판매량 감소로 실적 부진
전기차 수요 회복 지연으로 양극재 투자 속도 조절 검토
에코프로 사옥. ⓒ에코프로

에코프로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방 시장의 수요 둔화로 후방 산업인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에코프로는 캐즘 이후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 전구체 사업의 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양극재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속도 조절도 검토한다.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8641억원으로 57.2% 감소했다.

에코프로 계열사들은 적자를 실현하거나 겨우 모면한 성적을 거뒀다. 전방 시장 수요 둔화로 제품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였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매출 8095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실현했다.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2분기 매출은 667억원, 영업손실은 37억원으로 집계됐다. 친환경 토털 솔루션 기업 에코프로에이치엔의 2분기 매출은 468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는 최근 양극재 판매가격(판가) 하락폭이 축소되며 3분기에는 판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양극재 판가 하락률은 전기 대비 13% 수준이었지만 3분기에는 2%대에서 하락률이 유지될 것으로 추산된다.

에코프로비엠 외경.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는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속도 조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배터리 관련 업체들도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고객사 수요 부진과 관련 신증설 계획 등 대응 방안에 대해 "최근 전방 시장은 주요 OEM들의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당사의 주요 고객사 또한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및 북미 지역 등 권역별 규제에 따른 OEM의 현지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당사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및 변동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생산능력) 하향 및 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전방 시장의 업황 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하반기 영업 상황은 지난 상반기와 비교해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재고가 해소되고 본격적인 반등은 연말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 경영지원본부장은 "EV(순수전기차) 시장은 하반기에도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자동차 OEM들의 수요 대비 과잉 생산으로 누적됐던 재고는 10월, 11월 중 상당 부분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12월 이후 EV용 양극소재 판매 수량의 반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규 고객사 확보 상황에 대해서는 "당사는 하이니켈과 같은 프리미엄 양극 소재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등 중저가형 양극 소재까지 복수의 신규 업체들과 제품 공급 및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캐즘 이후 배터리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이어갈 방침이다. 내년 양산 예정인 전구체 공장(CPM3, 4공장) 등 국내 설비 증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외부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부터 외판 확대를 위해 고객사 발굴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북미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유럽 등 중국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다양한 고객사들과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고객사들과 신규 전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구체 (연산) 5만 t 규모의 포항 CPM 1·2공장 외에 6만6000t 규모의 3·4 공장을 내년 중 완공하고 외판 고객사의 물량을 대응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전구체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이성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전략기획팀장은 "일부 중국 전구체 업체들의 탈중국화 현상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핵심원자재법(CRMA) 및 관세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당연하다"면서도 "중국 전구체 업체들의 한국 내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전구체 업체들이 중국에서 누렸던 정부 보조금, 낮은 투자비와 인건비 등과 같은 고정비의 유리함이 한국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수처리 등 환경 규제까지 감안하면 중국에서 사업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한국 내에서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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