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SNS 유해 콘텐트 미성년자 보호 의무 법안 처리
유튜브, 페이스북, 엑스(X·옛 트위터) 등 SNS 업체들이 미성년자를 유해 콘텐트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30일(현지시간) 처리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어린이 및 10대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안'과 '어린이 온라인 안전법안'을 찬성 91명 대 반대 3명으로 처리해 하원으로 넘겼다.
법안의 핵심은 유해 콘텐트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유해 콘텐트에는 괴롭힘, 폭력, 자살 조장, 약물 남용, 마약·담배·술 광고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법안은 17세 미만 SNS 사용자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 설정 기본값을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게 했다. 또 유사한 콘텐트가 자동 재생되는 기능을 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만일 SNS 기업이 유해 콘텐트를 걸러내지 못하거나 기능을 제한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밖에 법안은 SNS에서 17세 미만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부모 및 미성년 사용자들이 자기 개인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지우기 버튼'을 만들도록 했다. 단, 이 법안이 법제화되려면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미 하원은 오는 9월까지 하계 휴가로 휴회중이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날 아이들은 무법의 온라인에 노출돼 있는데, 현행 법과 규제는 이(악영향)를 방지하는데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사용이 늘면서 이 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하원 의원들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즉시 이 안건을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유해 콘텐트로 자녀 잃은 부모들
이번 법안이 상원에서 처리되기까지는 유해 콘텐트 때문에 자녀가 숨지는 아픔을 겪은 부모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고 NYT가 전했다. 조앤 보가드는 아들 메이슨 보가드(당시 15세)가 SNS에 등장한 '목조르기 챌린지'를 하다가 실수로 목이 졸려 숨지자 유해 콘텐트 퇴치 캠페인에 나섰다.
보가드는 NYT에 "지난 5년간 매주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목조르기 영상을 검색해 관리자에게 유해하다고 보고했지만, 영상이 삭제된 일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인스타그램 마약상에게 구한 펜타닐에 중독돼 17세 딸이 사망한 줄리아나 아놀드는 NYT에 "(이 법안은) 어둠에 빛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모린 몰락은 당시 16세였던 딸이 SNS 괴롭힘에 몇 달간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몰락은 "이 법안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아이의 안전이 거대 기술 기업의 탐욕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역사적인 법안에 흔적을 남기라"고 호소했다.
관련 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X 등은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SNS 업체 연합체인 넷초이스는 "사이버보안, 검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韓청소년 40% 스마트폰 과의존
한국에서도 최근 청소년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유해 콘텐트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청소년 스마트폰 의존도는 32.7% 증가했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청소년들을 선정적·폭력적 콘텐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SNS 회원가입 신청자가 14세 미만인 경우 승인을 거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17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SNS 중독을 막는 취지의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필터버블은 SNS 이용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자기 입맛에 맞는 콘텐트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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