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 장애 실태조사 진단 도구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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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중독성을 질병으로 규정할 것인지 논란인 가운데, 실태조사를 위한 진단 도구가 엉터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단 도구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의 일종으로 판단한 '게임 이용 장애'를 국내에서도 인정할지 결정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쓰이는 일종의 설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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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중독성을 질병으로 규정할 것인지 논란인 가운데, 실태조사를 위한 진단 도구가 엉터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단 도구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의 일종으로 판단한 ‘게임 이용 장애’를 국내에서도 인정할지 결정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쓰이는 일종의 설문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진단 도구가 정상적인 게임 이용과 중독적인 행태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1년간 진단 도구를 사용한 조사를 벌인 뒤 내년 10월쯤 질병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진단 도구를 둘러싼 논란은 올해 초부터 있었다. 의학계에서 수년간 개발한 진단 도구가 실제 설문 조사에 사용하기에 부적격하다는 보고서가 지난 1월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게임 이용 장애 실태조사 진단 도구 보완연구’에 따르면 해당 도구는 진단 지침 내용에 충실하지 않은 임의적 문항 구성, 대표성이 확인되지 않은 집단의 문항개발 활용, 민감도·특이도·변별타당도 미검증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신뢰할 만한 도구 재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열정적인 취미로 이용하는 정상적인 이용자도 게임 이용 장애 위험군으로 구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진단 도구의 제작 과정도 검증되지 않았다. 2019년 7월 국무조정실은 WHO가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를 신설하는 국제 질병 분류 개정안(ICD-11)을 채택하면서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이 조직은 총 11차례 회의와 3건의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중 의료계 주도로 진행한 진단 도구 제작 연구용역의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을 칭하는 단어나 기준의 일관성이 없고 결과 도출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마저 근거가 불완전하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나왔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단 도구는 일반인과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행동적, 병리적인 지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다수 사람을 위험군으로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니 질병’이라는 시각이 아닌, 근거가 될 연구 주제와 타임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 코드를 도입한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어떤 증상에 치료가 필요한지 합리적인 해석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진단 도구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설령 잘 만든 진단 도구가 나온다고 해도 이를 통해 게임 질병 여부를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성민 전 중독심리학회장은 “진단 도구는 절대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며 “정신과든 심리학계든 모든 도구는 통계적 분포를 근거로 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단 도구가 정확하냐 아니냐로 논점이 모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콘진원의 보고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관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게임이 질병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연구인 ‘게임 이용장 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팀’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향을 받은 연구자들이 소속돼 있다”며 “진단 도구는 게임 이용 장애 생성 배경 데이터가 될 수 있는 실태 조사를 위한 도구인데 무리하게 보완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보완한 진단 도구를 활용해 실태조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도구 자체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문체부는 다음 달 연구진 확보를 통해 1년여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진단 도구를 사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신뢰받을 수 없는 근거 자료가 되니 계속해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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