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함이 미덕이 되어가는 사회

고태진 2024. 7.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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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뻔뻔함이 미덕이 되어가고 있다.

뻔뻔해야 한 자리라도 챙겨 출세할 수 있고, 뻔뻔해야 자신의 잘못을 유야무야 넘기고 오히려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세상은 후안무치한 뻔뻔한 사람보다는 최소한의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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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박정훈 대령은 계속 나올 것이다

[고태진 기자]

후안무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의미이다. 후안이란 얼굴이 두껍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철면피라는 말도 있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는 것이다. 보통은 사기꾼들에게 이런 말에 어울린다. 남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철면피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나랏일을 하는, 또는 하겠다는 사람 중에 철면피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기꾼들은 들키면 처벌받지만, 이 사람들은 절대로 검찰에 기소당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듯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전MBC 사장에서 물러나기 3주 전인 2017년 12월 22일, 노조가 사측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이 사장이 12월 2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업무 차량을 계속 쓰는 것은 배임인 만큼 즉각 반납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계속 출근 했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더해 "파업을 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본인들이 저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MBC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대한항공 국제선 탑승 기록을 보면 차량 반납을 요구받은 당일에 이 후보자는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타서 9일 뒤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청문회에서 MBC에 근무할 당시 법인카드 사용이나 근무 기록 등에 대한 의혹, 역사관이나 국가관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지만 '적법하다', '문제없다'라고 대응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여 이진숙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부하가 무리한 작전 수행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자신은 이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던 임성근 사단장이 명예전역 신청을 했다. 그는 채해병 사건과 관련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명품백을 사적 자리에서 받아놓고도 그게 국가기록물이라 못 돌려주니 하다가, 돌려주라고 했는데 직원이 깜빡했다는 대통령 부인도 있다. 그리고 선물 받은 양주는 폐기했다고 한다. 예전에 외국에 순방가서 명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에 들른 것도 호객행위 때문이었다고 했다. 

7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의 세율과 면세 범위를 조정하고, 자녀공제액도 기존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여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는 중산층과 관련이 없는 세금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전체 피상속인의 0.4%인 1251명이 수혜대상이라고 한다(관련 기사 : 정부의 '초부자 감세' 추진, 그 끝은 결국 이거였나). 그런데 이 정부의 고위인사 중에는 이 수혜대상에 해당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뻔뻔함이 미덕이 되어가고 있다. 뻔뻔해야 한 자리라도 챙겨 출세할 수 있고, 뻔뻔해야 자신의 잘못을 유야무야 넘기고 오히려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뻔뻔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은 청문회에서 상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채해병 사건 수사에서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겪었다는 외압 의혹과 비슷하게 보인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제4의 박정훈 대령은 계속 나올 것이다. 세상은 후안무치한 뻔뻔한 사람보다는 최소한의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뻔뻔하게 거짓말한 사람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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