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에 ‘미안해요’ 새벽문자는 무죄…BJ, 명예훼손 유죄 확정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에게 ‘사생활을 유포하겠다’며 위협하고 언론사에 허위 제보한 인터넷방송 BJ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1일 강요미수‧명예훼손 등을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같은 인터넷방송 BJ였던 피해자 B씨와 잠깐 교제하다 이별을 통보받자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는 식의 예고방송을 했다. 이에 피해자가 고소하겠다고 말하자 A씨는 ‘계속 만나자, 고소를 취하해달라, 아니면 사생활을 폭로하고 공금 유용을 제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교제 및 고소취하를 강요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또 언론사에 ‘B씨로부터 데이트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제보하고, B씨가 다니던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B씨가 나랑 데이트할 때 법인카드를 쓴 것 같다’고 게시글을 쓰는 등 허위사실‧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이후 B씨에게 오전 3시경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총 20회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한 혐의로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더해졌다.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시행되기 이전 사건으로 스토킹에 해당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으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B씨를 해하겠다고 하거나 협박한 적 없다’ ‘실제로 데이트폭력을 내가 당한 것으로 생각해 제보한 거라 허위사실이 아니다’고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더 높은 형을 선고했지만 스토킹 부분은 무죄라고 봤다.
항소심 법원은 “연락을 받는 것 자체로 불쾌하고 불안할 수 있더라도 해당 문자 자체가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처벌은 어렵다”며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정통망법 위반이 되는 건 처벌법규의 명확성‧예측가능성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피해자 B씨는 A씨의 1심 선고 직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항소심에서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게 재판을 준비하라’고 당부했었고, 항소심 재판부도 이례적으로 선고 직후 “판사 생활 20년동안 가장 고민스러운 사건,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꼭 상고해달라”고 덧붙인 바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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