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칼 빼든 정부…e커머스, 전방위 규제 나오나
판매 대금 관리 등 촘촘한 규제 조짐
전문가들 "소비자 보호 위해 정산주기 필수"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해 큐텐 계열 e커머스 기업들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적자가 누적된 사실상 '좀비 기업'이 자율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판매자에게 지급할 대금을 유용하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e커머스 업계에선 정산대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과 전자금융법 등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티메프 사태의 발단이 된 두달 가량 걸리는 판매 대금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방안과 정산대금 관리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달 넘는 정산주기 짧아질까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시점은 거래가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2개월 뒤까지 미뤄지는 구조였다.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마지막 날 기준 40일 뒤, 위메프는 거래 두 달 후 7일에 각각 정산대금을 지급했다. 입점 판매자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 후 두 달 후에야 물품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는 셈이다. e커머스 업체들이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련한 법 규정이 없으면서 긴 정산주기를 이용해 판매자 대금을 남용할 수 있었다.
현행 법령인 대규모유통업법에서는 대형마트 등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에 한해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직매입 거래에 한해서만 대금 결제 시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로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커머스도 정산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제외한 주요 오픈마켓의 e커머스는 빠른 정산을 지원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빠르면 제품 발송 바로 다음 날부터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 G마켓은 상품 구매자가 제품 수령 후 구매를 결정하면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대금이 정산된다. 구매자가 구매확정을 하지 않더라도 배송 완료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2영업일 뒤 자동 정산이 이뤄진다. 11번가는 일반(기본)정산과 빠른정산의 두 가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일반정산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후 2영업일에 정산을 완료하며, 구매확정을 하지 않더라도 배송 완료일로부터 일주일 뒤 자동 구매확정이 돼 2영업일 뒤 정산한다.
다만 쿠팡은 오픈마켓에서 비교적 정산 기간이 비교적 긴 편으로 꼽힌다. 쿠팡은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들 대상으로 주 정산과 월 정산 시스템을 운영한다. 주 정산은 판매된 주 일요일에서 15영업일이 지난 뒤 70%를, 두 달 후 1일에 나머지 30%를 지급한다. 주 정산 완료까지는 평균 40~50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 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영업일 15일 후 100% 정산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정산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확정 다음날 오전 10시에 체크카드로 대금의 90%를 선정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직매입 거래가 대부분이며, 오픈마켓 매출 비중은 10% 이하다.
e커머스 업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산주기를 길게 잡고있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처럼 물건을 직매입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의 특성상 상품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조기 정산하는 경우, 판매자가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먹튀'가 발생할 수 있고, 소비자가 반품을 요청하면 대금을 다시 돌려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정산주기를 의무화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e커머스 업계에서 정산주기는 필수적"이라며 "당장 입금 즉시 정산 등의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구조를 지켜주되 판매자들이 스스로 시장에서 배척돼야하는 플랫폼을 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티몬과 위메프의 내부통제 부제와 큐텐의 자금 남용이 가장 큰 문제"이라며 "정산주기 관련해 강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e커머스 업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크로 서비스 등 안전 장치를 e커머스 업체들이 갖추도록 개선하고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가장 가까운 협력업체들이 e커머스들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최소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 등록 의무화
현재 대부분의 e커머스는 판매대금을 제3의 금융사가 보관하고 있다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안전거래 시스템인 '에스크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대금은 안전거래 시스템인 에스크로에 묶인다"면서 "정해진 정산 주기에 맞춰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판매대금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오픈마켓 특성상 결제대금이 e커머스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큰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더 높은 상황에서 e커머스의 정산 주기가 아직까지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면서 "판매대금 문제는 플랫폼의 신뢰와 직결되기에 판매자 보호 차원에서 법제화를 통한 최소한의 규제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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