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사도광산 등재시 '명심할 결의'에 '강제성 인정' 군함도 입장 포함" 첫 인정

박현주, 정영교 2024. 7. 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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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명심(bearing in mind)하겠다"고 밝힌 '모든 결정과 약속'에는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한국인들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한 사실을 인정했던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이 등재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동원과 노역의 강제성을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의 강제성 인정은 이미 전제로 깔렸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명시적으로 시인한 건 처음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부에 지난 28일 모형이 설치돼 있다. 사도 광산 내부는 에도시대 흔적이 남은 '소다유코'와 근현대 유산인 '도유코'로 나뉜다. 사진은 소다유코 모습. 연합뉴스.


주한 일본 대사관은 31일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일본 측 스테이트먼트(statement·발언) 에 언급된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의'에는 2015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의 '메이지 산업 유산(군함도 포함)' 등재 시 일본 측 스테이트먼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사도광산 등재가 결정됐던 지난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가노 다케히로(加納雄大)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일본은 2015년에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조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돼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도광산을 등재하면서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아 '일본이 이번에는 강제 노역을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이 군함도 등재 당시 밝혔던 강제노역 관련 입장을 사실상 계승한다고 밝힌 셈이다.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공간이 마련된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외교부.


앞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되풀이해서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명심'이라는 표현에) 과거 약속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그건(강제 노역 인정) 이미 우리가 챙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컨펌(confirm·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 또한 이런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재확인하면서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조선인 동원과 노역의 강제성을 인정한 걸 여전히 유효한 입장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셈이다. 중앙일보는 이날 주한일본대사관에 대한 질의에서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밝혔던 입장이 여전히 유효하고 유지한다는 것인지'도 함께 물었다.

사도광산 노동자 관련 전시관 등을 안내하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안내 브로셔 별지. 외교부.

이와 관련, 앞서 일본 언론이 양국 간 사전 협상 과정에서 강제성 관련 표현을 애초에 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8일 "한·일 정부가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사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는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외교상 오고 간 이야기"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와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9일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한 일본 대사관이 강제성을 인정한 군함도 세계 유산 등재 당시 입장을 계승한다고 공식화한 것이라 향후 관련 여파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27일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위원국 21개국이 모두 찬성해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따라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노역 관련 전시물을 설치했고 매년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추도식은 이르면 오는 9월 열릴 수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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