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의 근원은 ‘무자본 기업사냥꾼’의 탐욕

이승진 2024. 7. 31. 11: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의 실체는 '무자본 다국적 기업사냥꾼'이었다.

구 대표는 싱가포르(큐텐·큐익스프레스), 한국(티메프), 미국(위시) 등 여러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하고, 이들의 지분과 비즈니스를 엮어서 싱가포르 법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시도했다.

큐텐은 지난 2월 미국의 온라인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티메프 자금 400억원을 대여받아 인수 자금에 보태고 한 달 뒤에 상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메프 자금 활용해 미국 쇼핑몰 위시 인수
인수금 상환에 위시 자금 활용…무자본 M&A 양상

구영배 큐텐 대표의 실체는 ‘무자본 다국적 기업사냥꾼’이었다.

구 대표는 싱가포르(큐텐·큐익스프레스), 한국(티메프), 미국(위시) 등 여러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하고, 이들의 지분과 비즈니스를 엮어서 싱가포르 법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시도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티메프) 현안 질의를 통해 드러난 그의 큐텐·티메프 경영 행태는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으로 껍데기만 남은 e커머스 업체를 매수하고 매수 자금은 사들인 회사 자금을 꺼내 막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의 전형을 보여줬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큐텐은 지난 2월 미국의 온라인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티메프 자금 400억원을 대여받아 인수 자금에 보태고 한 달 뒤에 상환했다. 구 대표는 정무위에서 "대여금 상환은 위시의 유보금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자기 자본 없이 기업을 인수하고 피인수기업 자금으로 인수금을 막은 무자본 M&A 양상이다.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위시 인수를 위해 사용된 티메프 자금이 정산대금이었으면 횡령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상거래법에 정산금 지급 기한 규정은 없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금 규모와 지급 시기를 예측했을 것"이라며 "그 돈을 회사 외부에 내보내 다른 회사 인수자금으로 썼다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 대표의 M&A 방식이 배임죄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차입매매(LBO)에 가깝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위시가 회사 유보금을 큐텐에 대여해주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편법이 있었다면 위시 경영진은 미국법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위시 역시 거액의 적자를 내는 상황이어서 구 대표가 말한 유보금은 위시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지급할 정산금이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큐텐이 티메프 자금 400억원 외에 1900억원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의문이다. 30일 위시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질의에 구 대표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에서 "티메프 자금추적 중 강한 불법의 흔적이 드러났다"고 밝혔는데, 위시 인수와 관련된 불법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구 대표는 고객 판매대금 1조원의 행방에 대해 "프로모션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는데, 티메프가 원래 특가 행사 등을 자주 진행하는 쇼핑몰이었음을 감안하면 실제로 상당액이 프로모션에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자금을 특가 행사 참여 판매자 차액 보전 용도로 쓰는 것인데, 이 역시 결과적으로 이 판매자에게 나중에 지급할 돈을 저 판매자에게 먼저 주는 돌려막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티메프는 자금난이 심각해진 6월부터 무리한 프로모션을 강행했다. 도서문화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되 배송은 한 달 뒤에 해 주는 ‘선주문 판매’를 했고, 선불 머니인 티몬캐시도 10% 할인 판매했다. 국회 정무위에서 이런 프로모션에 대해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사기 수법)라는 지적이 나왔다. 큐텐이 향후 상품권과 선불 머니 사용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인지했다면 사기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금융감독원은 큐텐의 불법적인 자금 운용 정황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구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장도 검찰에 접수됐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