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맨’ 이준환, 동메달 따고도 웃지 않았다… 목표는 금메달, 그래서 시선은 4년 뒤 LA로 향한다(종합) [올림픽 NOW]

▲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경기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카스에게 승점을 따내고 있다.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루해지고 있는 현대 유도판에서 거침 없는 공격으로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준환(22·용인대)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천적에 막혀 원했던 금메달은 실패했고 자신도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충분히 좋은 결과였고, 이제 다음 스텝으로 향한다.

세계랭킹 3위 이준환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장전 끝에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눌렀다.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온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치열한 승부, 접전 끝에 거둔 값진 동메달이었다.

한국 유도는 전날 여자 57㎏급에서 아쉬운 은메달을 기록한 허미미(21·경북체육회)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며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이준환은 준결승까지는 순항했다. 파죽지세였다. 32강전과 16강전 모두 허벅다리걸기 기술을 성공시켜 이겼다. 8강은 더욱 시원했다. 세계 12위 샤로피딘 볼타보예프(우즈베키스탄)를 어깨로메치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숙적’인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에게 아쉽게 졌다. 남자 81㎏급은 카스가 세계 랭킹 1위, 그리갈라쉬빌리가 2위, 그리고 이준환이 3위다. 특히 이준환은 그리갈라쉬빌리에게 많이 약했다. 작년과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그리갈라쉬빌리에게 져 2년 연속 동메달에 머문 터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꿈꿨지만, 이번에도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왔다.

연장(골든스코어)으로 접어든 준결승에서 이준환이 공세를 펼치자 오히려 역공을 당해 절반을 내줬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특히나 준결승전에서 접전을 펼친 가운데 정규시간(4분)의 두 배 이상인 8분 7초를 싸웠다. 당연히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어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준환은 다부진 각오로 이번 경기에 나섰고, 마지막까지 특별히 지친 기색 없이 세계 랭킹 1위 카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했다.

▲ (파리=연합뉴스) 신준희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에게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경기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 시상식에서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경기 초반 카스는 뒤로 누우며 이준환을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이준환이 여기에 말려들지 않자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준환이 기습적인 업어치기로 카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모습도 나왔다. 그러나 두 선수는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 채 탐색전을 이어 갔다. 양쪽 모두 지도 하나씩을 받았다. 승부는 정규시간 내에 가려지지 못했고 연장 골든스코어로 접어들었다.

연장전이 시작하자마자 위기가 있었다. 이준환은 상대 기습에 넘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점수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메달을 행해 마지막 위기를 넘긴 셈이었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카스가 연장전 시작 후 48초에 메치기를 시도했는데 이준환이 이를 역공했다. 이준환은 빈틈을 노려 발을 걸어 절반을 따내면서 동메달 결정전을 마무리했다. 이준환은 경기가 끝나자 눈물을 쏟으며 기쁨과 아쉬움을 모두 드러냈다.

동메달 결정전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준환은 표정이 굳은 이유로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하면서 이날만을 위해 준비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촌까지 이날을 위해 열심히 했던 과정들이 떠올라 좀 울컥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동메달로는 성이 안 찬다는 느낌이었다.

이준환은 “항상 금메달을 목표로 살아왔다. 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상대보다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리갈라쉬빌리에 대한 질문에는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 만났는데 다 졌었다. 그래서 많은 대비를 했고, 생각한 대로 다 된 것 같았는데 전력적인 수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 “그래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 더 준비해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 자신감이 생겼다”고 4년 뒤를 다짐했다.

그 다짐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이미 세계 정상급 랭커에다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준환은 시니어 무대에 올라온 직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22년 6월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선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며 이번 올림픽 기대주로 뽑혔다.

▲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준환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캐세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준환은 세계 랭킹 1위인 카스를 상대로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국제유도연맹(IJF)은 이준환을 ‘번개맨’이라고 칭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그 바탕에 있었다. IFJ는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준환은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자신의 장점인 과감한 공격, 빠른 공격을 살리면서도 약점 보완에 주력했다. 과감하게 공격에 나가다 오히려 역공에 당하는 경우들이 간혹 있었다. 많은 국제 대회에 나갈수록 상대가 이준환의 성향을 더 잘 파악하게 됐고, 이를 공략한 것이다. 이에 이준환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잡기 싸움에 신경을 쓰며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천적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점차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원숙미를 보여주고 있기에 4년 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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