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제가 바로 尹과 국힘이 두려워하는 후보” [인터뷰]
초반 반짝 돌풍에 당내 집중 견제
“재보궐·서울시장 불출마…‘민주당 정권’에 정치적 명운 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유일한 ‘원외’ 인사로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는 정봉주 후보가 “초반 돌풍이라고 하니 이미 당선된 줄 아시고 표를 거두시는 것 같다”며 “순위 경쟁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러다가 당선권인 5등 안에도 못 들어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입을 꺾으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웃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를 최고위원에 뽑아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30일 국민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선 초반 선전의 배경과 향후 경선 전망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는 초반 9개 지역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19.03%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주차 경선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4개 지역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2주차 경선이 진행된 울산·부산·경남·충남·충북 5개 지역에서는 김민석 후보에게 모두 1위를 내줬다. 누적 1위는 지켰지만 김 후보와의 누적 득표율 격차는 불과 1.87% 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정 후보는 “저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됐다. 제가 수석최고위원이 되면 안 된다는 이른바 ‘위험한 후보론’이 당원들 사이에 퍼졌다”면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입’을 견제하기 위한 보수 세력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4선의 김민석 후보와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는 “누가 1등을 하든 상관없다. 수석최고위원은 공식 직함도 아니다”며 “하나의 민주당이라는 팀워크로 맞서 싸워야 한다. 과도한 내부 경쟁과 분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이른바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지지)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서운함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20년 동안 이 전 대표와 울고 웃고 싸우면서 뱃속까지 다 아는 사이”라며 “누가 어떤 이간질을 하고 이 전 대표를 욕해도 마음속 깊은 믿음은 다른 후보들이 따라올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와 최근 4~5년 이내에 만난 인연들과는 ‘익은 맛’ 자체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3~4일에는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이 진행된다. 서울 등 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 결과를 가늠할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정 후보는 “호남은 후보들이 살아온 역사를 정확히 알고 평가하는 곳”이라면서 “정치적 의식 수준이 높은 호남에서 저의 희생과 투쟁의 역사를 평가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후보와의 일문일답.
-최고위원 경선 1위로 치고 나오면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데.
“동정표라는 해석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일 큰 부분은 ‘검증된 전투력’이라고 본다. 경선 캐치프래이즈가 ‘지금은 싸울 때’다. 국민들과 당원들의 여론이 지금 그렇다. 누가 가장 잘 싸울 사람인가를 뽑아줬다고 본다.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부터 ‘윤석열 탄핵’을 가장 먼저 외쳤다. 그런 정봉주가 1위를 달리자 모든 후보들이 ‘탄핵’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봉주가 치고 나가니 따라오는 형국이다. 시대정신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니 표가 온 것이다.”
-초반 선전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현역 의원들의 갖고 있는 ‘조직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저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됐다. 제가 수석최고위원이 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당원들 사이에서 퍼졌다. 이른바 ‘위험한 후보론’이다. 하지만 그것은 보수 세력의 프레임이다.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입’을 견제하기 위한 프레임이다. 거기에 놀아나는 것은 옳지 않다. 제 입을 꺾으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 바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웃을 것이다. 제가 최고위원이 되는 것을 가장 불안해할 사람은 당원들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다.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수석 최고위원도 그냥 우리끼리 만들어낸 개념일 뿐 공식 직함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당 원팀이다. 누가 1등이 되든 상관없다. 지역적으로는 반환점을 돌았지만 실제 당원 규모로 보면 아직 20% 진행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봉주가 1등이라고 주목을 받으니 이미 당선됐다고 생각해 오히려 표가 많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 이러다가 당선권인 5등 안에도 못 들어갈까 걱정된다.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 달라.”
-이번 주 호남 지역 경선 결과가 매우 중요해졌다.
“호남 민심은 후보들이 살아온 역사를 정확히 알고 평가한다. 후보가 살아온 역사, 정치적 역사를 보고 투표할 것이다. 나는 당에 대한 희생과 투쟁의 역사로 살아왔다. 정치적 의식 수준이 높은 호남에서 저의 역사를 알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전 대표가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전 대표가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그런 소문이 난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실제 도왔는지 여부는 이미 의미가 없다. 당원들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간질을 하고 이 전 대표를 욕해도, 이 전 대표와는 20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사이다. 최근의 ‘친명’들이 이 전 대표를 4~5년 전부터 만난 것과는 ‘익은 맛’ 자체가 다르다. 마음속 깊은 믿음은 다른 후보들을 능가한다. 이 전 대표가 2003~2004년 시민사회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차떼기 사건’으로 둘이 치고받고 싸우다 부산 경찰서에서 만나기도 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사이다. BBK 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왔을 때는 이 전 대표 부부와 부부동반 식사도 했다.”
-최고위원 출마 전에도 이 전 대표와 교감이 있었나.
“출마 선언 전에 연락했더니 이 전 대표가 ‘무슨 역할을 하시려고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당이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비판했다. 당에서 이 전 대표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팀이 왜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탄핵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표현이 너무 거칠면 ‘윤석열·김건희 불법·부정 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른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해병 사망사건, 양평고속도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를 비롯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 최근의 삼부토건 관련 의혹까지 모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탄핵 사유가 맞는지 당 차원에서 조사해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이 전 대표가 ‘하셔야겠네요’라고 하더라.”
-막말, 미투 등 각종 논란으로 ‘문제적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투 논란은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나왔다. (2021년 성추행 의혹 보도 관련 무고와 명예훼손 재판에서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관련 민사 소송에서 법원은 “이것이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시돼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성추행 여부는 형사 소송에서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성추행은 없었다는 게 정확한 판결”이라며 “다만 민사 소송의 경우 성추행 여부를 따진 게 아니고 보도의 신뢰성 여부를 따진 것이다.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판시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언급해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다. 막말 논란은 ‘목발 발언’ 뿐이다. 이 역시도 이미 다 사과했고 보훈회관까지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일부 억울한 점도 없지 않지만 제가 일으킨 문제를 피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외에 막말 논란이 또 있었나.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포함해 17~18년 가까이 방송을 했는데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번 최고위원 출마가 오는 10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노린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저는 지금까지 당에서 3번의 컷오프에 1번의 복당 불허까지 당했다. 2018년에 당직자로부터 자동 복당이 됐다고 들었는데, 미투 논란이 있으니 복당을 불허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복당은 됐지만 공천은 안 된다’고 발표해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복당을 불허했다. 억울한 심정을 갖고도 다시 당에 돌아왔다. 이 과정을 통해 선출직은 내 의지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0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도 안 하겠다. 지금의 목표는 오로지 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실시를 통해서 ‘민주당 정권’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여기에 저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최고위원을 기반으로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다. 오로지 ‘민주당 정권’을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싶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정책적으로 어떤 부분에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나.
“민주당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외교와 남북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가 던진 ‘먹사니즘’의 종착점도 결국엔 평화다. 북미 수교를 통한 남북문제 개선으로 향해야 하는데, 최근엔 이슈가 없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 대표의 허락을 받고 미국에 건너가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치고 싶다. 외교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이 정권이 곧 끝난다. 그러니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에서 도발을 하더라도 국지전을 벌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금은 외교를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할 때다. 안보 리스크가 커지면 대한민국 경제도 망가진다.”
-최근 당내 당원권 강화 흐름과 관련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너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당원권 강화가 없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당원권 강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정봉주다. ‘개딸’들한테 민주당이 점령당했다고 하는데 이는 분열 프레임에 불과하다. 그 열정을 부러워하고 박수를 칠 일이다. 왜 뭐라고 하는가. 개딸들의 열정이 민주당의 에너지이자 땔감이다. 보수 세력은 개딸을 공격함으로써 민주당을 갈라치고 약화시키려고 한다. 잘못된 접근이다.”
-정 후보가 당의 외연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최고위원 후보 8명 가운데 중도 확장이 검증된 사람은 정봉주 하나다. 감옥에 있을 때 ‘나꼼수를 보고 정치를 배웠다. 고맙다’는 편지도 받았다. 중도 확장은 부드러운 정책을 써서 되는 게 아니다. 정체성이 분명할 때 중도층이 끌려오는 것이다.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에 의해 작동된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원심력이 작동해 튕겨 나간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지키면서 세력 간 연대를 펼쳐야 한다. 이는 역대 대선이 입증한 결과다.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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