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없다" 머리 잡은 황선우…수영 황금세대 주저앉아 울었다 [파리TALK]
이호준(23)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양재훈(26)은 인터뷰가 끝난 뒤 털썩 주저앉았다. 황선우(22)는 연신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고, 김우민(23)은 쉽사리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국 수영 최초로 밟은 올림픽 단체전 결선에서 아쉽게 돌아선 황금세대의 경기장 뒤편 모습이었다.
이들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7분07초26로 전체 9개국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한국 수영 최초로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았지만, 경기 초반 하위권으로 밀린 뒤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메달권과 멀어졌다.
20대 초중반을 이루는 이들은 언젠가부터 황금세대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황금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황선우와 김우민이 쌍두마차로 나서기는 하지만, 이호준과 양재훈 그리고 이날 예선을 치른 이유연(24)과 김영현(20)까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인재들이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러한 수식어가 붙었다.
황금세대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고, 지난 2월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세계 정상급 선수 일부가 빠졌다고는 하더라도 이는 분명 역사적인 성과였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향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금빛 메달은 아닐지라도 시상대에는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이 파리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부풀어졌다. 그러나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김우민이 체력 안배를 위해 자유형 800m와 1500m 경기를 포기하고, 자유형 200m에서 준결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황선우도 자유형 100m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계영 800m에만 올인했지만, 수영 강국과의 격차는 확연했다. 이날 영국이 6분59초43으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미국이 7분00초78로 은메달을, 호주가 7분01초98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영국과 한국의 기록 차이는 7.83초였다.
경기 뒤 만난 황금세대의 표정은 모두 어두웠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인 마냥 자책하는 얼굴이었다. 황선우는 “한국신기록(7분01초73)과도 크게 뒤처지는 기록이 나왔다. 올림픽이 역시 쉽지 않다. 우리 모두 3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면서 “준결선 탈락 이후 조금 무너졌다. 동료들과 코치님들, 팬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우민은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정말 아쉽다. 그동안 준비한 과정이 모두 떠오른다”고 했다.
선수들이 20분 가까이 머문 믹스트존 분위기는 밝지 못했다. 이호준은 인터뷰 도중 감정이 복받쳤는지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양재훈과 황선우는 털썩 주저앉아 이날 경기를 복기했다. 개인전(자유형 400m)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수확한 김우민은 동료들을 다독이느라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이번 대회 내내 기록이 좋지 못해 속으로 울었다는 황선우는 “밥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딱히 아픈 곳이 없어서 더 답답하다. 몸 상태는 괜찮은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비디오를 봐도 모르겠다”며 연신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들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좀처럼 믹스트존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를 보던 취재진 역시 쉽사리 프레스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비록 결선은 6위라는 성적으로 끝났지만, 한국 수영은 이들에게서 다시 희망을 봤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단체전 결선 진출만으로도 새로운 장을 연 셈이기 때문이다.
김우민은 “결과는 아쉽지만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앞으로 다가오는 메이저 대회와 또, 다음 LA올림픽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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