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 리더십… ‘김범수 공백’ 누가 메우나

CA협의체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그룹 위기 상당기간 더 길어질 듯
카카오 “국민 신뢰 회복에 최선”

카카오 창업자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CA협의체 황태선 총괄이 주목받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구속된 김 위원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황 총괄도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황 총괄 역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이끄는 CA협의체 역시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책임지며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을 필두로 한 그룹 수뇌부가 흔들리면서 카카오의 위기론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김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CA협의체를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CA협의체는 매일 아침 회의를 개최 중이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독립기구로 일종의 컨트롤타워다.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카카오 주요 경영진뿐만 아니라 계열사 임원들도 참여한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A협의체도 사실상 카카오 그룹의 현안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검찰은 이달 초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개입 의혹 혐의와 관련해 황 총괄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황 총괄로서는 자신이 조사를 받은 이후 김 의장이 구속된 터라 CA협의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최근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지 못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임원은 누구고 조직은 어디인지 책임소재를 가리는 시비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해서 카리스마를 갖고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 셈이다.

황 총괄은 1982년생으로 SK텔레콤, SK플래닛, SK C&C 등을 거친 뒤 2018년 카카오 전략지원팀장으로 합류했다. 카카오 입사부터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으로 활동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1월 CA협의체 총괄대표를 맡으면서 카카오 그룹 전반을 책임지는 사실상 최고 권력자가 됐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30일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인 그룹 리더 역할을 하기에는 경영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부재와 황 총괄의 위축된 행보는 카카오 그룹의 위기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임송수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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