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에 돈다발… 5700억 ‘감리 입찰 담합’ 68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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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병원 등 전국의 공공건물 감리 입찰 과정에서 5700억원대 물량을 담합하고 심사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감리업체와 심사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체들은 심사위원을 챙기는 별도 영업직원을 두고 술과 골프 접대를 하는 등 밀착 관리했다.
업체명을 가린 채 진행되는 심사였지만 이들은 제안서에 심사위원만 알아볼 수 있는 '상상e상' '불만제로' 등 특정 문구를 표시해 블라인드 평가를 무력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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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심사해 돈 벌어야” 카톡
아파트와 병원 등 전국의 공공건물 감리 입찰 과정에서 5700억원대 물량을 담합하고 심사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감리업체와 심사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문제가 된 감리업체 17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발주한 5740억원 상당 용역을 나눠 가진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LH의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눠 가졌는데, 2020년에는 전체 감리 사업의 약 70%에 달했다.
이들은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법으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평가를 담당한 심사위원을 매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업체들은 심사위원을 챙기는 별도 영업직원을 두고 술과 골프 접대를 하는 등 밀착 관리했다.
업체명을 가린 채 진행되는 심사였지만 이들은 제안서에 심사위원만 알아볼 수 있는 ‘상상e상’ ‘불만제로’ 등 특정 문구를 표시해 블라인드 평가를 무력화했다. 증거인멸이 쉬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심사위원과 소통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대학교수, 공사 직원, 시청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도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간 경쟁, 이른바 ‘레이스’를 붙여 더 높은 뇌물 금액을 제시하도록 하거나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돈을 받기도 했다. 경쟁업체에 꼴찌 점수를 준 뒤 기존 뇌물에 웃돈을 얹어 받은 이도 있었다.
적발된 심사위원들은 연구실이나 자택 쓰레기봉투 등에 현금다발을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정년까지) 앞으로 9년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심사위원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국토교통부가 2019년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의 허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이 커지자 기술경쟁 대신 담합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 초 국토부, 조달청, LH 등과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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