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마통 잔액도 ‘고공행진’…가계대출 ‘사각지대’

이세미 2024.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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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새 1조207억원↑…대출 관리 강화 풍선 효과
‘이자+이자’로 부담 증대…연체율 등 부채 질도 악화
신용대출 금리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석 달 새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금리가 높은 주택담보대출 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마통으로 수요가 쏠린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선 마통이 이자에 이자가 붙기 때문에 낮은 금리만 보고 빚을 내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마통 잔액 증가는 가계부채 질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마통 잔액은 38조81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이후 3개월 사이 1조207억원 불어난 것이다.

신용한도대출이라 불리는 마통은 약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 내에서 수시로 대출과 상환이 가능하도록 한 신용대출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 한도에서 2000만원을 꺼내 쓰면 20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만드는 것이 통상적이다. 금리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약 0.5~2.0%포인트 높다.

마통 잔액은 1월(이하 월말 기준) 39조6696억원, 2월 38조5872억원, 3월 37조798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다 지난 4월 38조3408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데 이어 5월에는 38조7797억원까지 올랐고 6월엔 소폭이긴 하지만 더 늘어난 것이다.

마통 잔액이 증가한 배경은 대출 금리가 하향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마통 금리는 지난해 말 연 6% 중반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3월 연 5.45%으로 내려간 후 2분기에도 4월(연 5.38%), 5월(연 5.23%), 6월(연 5.29%) 등으로 5%대 초반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또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기조도 마통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높은 주담대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마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마통을 어떻게 이용 하느냐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금리에 비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통은 원금을 기준으로 일정한 금리가 적용되는 일반 신용 대출과 달리, 대출 기간 동안 이자에 다시 이자를 매기는 이른바 역 복리 상품이다.

다시 말해 한도 상한까지 대출을 끌어 쓴 와중 상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제 이자는 명목상의 금리보다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마통은 만들어두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아도 한도가 모두 대출로 잡힌다. 이로 인해 고객으로서는 실제 융통한 돈에 비해 신용점수가 더 깎일 수 있다. 이는 향후 주택담보대출 등 꼭 필요한 대출을 받아야 할 때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선 마통이 가계부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통은 한도 약정액이 아닌 대출잔액만 각종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고 있어 한도 약정액을 기준으로 보면 대출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또 가계부채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와중 금융 소비자들이 마통의 단점을 간과할 수 있어 향후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0.48%)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은행 연체율은 지난 2월 0.51%로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3월(0.43%) 소폭 하락했으나 4월부터 다시 상승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금리가 높이는 등 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마통의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는 와중 마통이 자칫 가계대출 정책 사각지대에서 규모를 키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소비자들은 마통 금리는 주담대나 일반 신용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월 단위로 이자가 붙기 때문에 대출 잔액이 많을수록 부담해야 될 대출이자도 불어나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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