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송이 해바라기, 80종 야생화…산바람 쐬며 꽃구경 어때요
최승표 2024. 7. 31. 05:01

올여름 피서 여행은 어디로 갈까. 해수욕장 말고 서늘한 고원 지대로 피신하는 것도 좋겠다. 등산이 아니라 자동차 몰고 휘파람 불며 찾아갈 수 있는 고원지대 말이다. 이를테면 강원도 정선, 태백 같은 곳. 함백산 만항재 자락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흐드러졌고, 구와우마을에는 해바라기가 만개했다. 지난 25~26일 두 지역을 방문했다. 선선한 산바람 쐬며 꽃구경을 하니 열대야가 기다리는 서울로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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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종 야생화 사는 산상의 화원

백두대간 자락 함백산(1573m)은 한국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함백산 팔부능선 자락 만항재(1330m)는 한국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바로 이곳이 약 200종 야생화가 자라는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에만 70~80종 야생화가 꽃망울을 터뜨려 더위에 지친 사람을 반긴다.

방문객이 많이 찾는 야생화 군락지는 하늘숲정원과 산상의화원이다. 하늘숲정원은 오는 7일까지 이어지는 ‘함백산 야생화축제’의 주 무대다. 쉼터를 넓게 조성했고 포토존도 많다. 그래서인지 조금 어수선하다. 2차선 도로 건너편 산상의화원으로 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일본잎갈나무가 가지런히 도열한 산기슭이 온통 꽃밭이다. 기역 자로 허리를 구부리고 꽃송이에 눈을 맞춘 사람들은 꽃에 감탄하느라 바쁘다. 꽃만큼 화려한 사향제비나비와 뒤영벌이 분주히 쏘다니며 숲의 활기를 더한다. 산림청 김명호(62) 숲 해설가는 “산상의화원은 과거 무연탄을 캐던 곳”이라며 “폐광 이후 1970년대에 침엽수를 집중 조림한 뒤 온갖 야생화가 피었다”고 설명했다.


긴 장마와 기후 위기 탓에 개화 상태가 예년만 못하고, 난초과 식물을 무단 채취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단다. 그래도 산상의화원은 꽃 대궐이라 할 만했다. 주홍빛 동자꽃과 말나리, 보랏빛 노루오줌, 분홍빛 둥근이질풀, 하얀색 까치수염과 개구릿대가 많이 피어 있었다. 이왕이면 각각의 꽃과 만항재 생태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산림청 숲 해설가 3명이 상주한다. 야생화는 자세히,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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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송이 해바라기 만개한 마을
만항재를 내려와 태백 구와우마을로 이동한다. 백두대간 줄기에서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해발 850m 구릉에 자리한 마을이다. 고 김남표 고원자생식물원 대표, 황창렬 해바라기문화재단 대표 등 태백 토박이가 만든 축제가 올해 20회째를 맞았다.

해바라기 축제는 요란하지 않다. 6만6000㎡에 달하는 밭을 거닐며 꽃을 감상하면 된다. 아이 얼굴만 한 100만 송이 해바라기가 일제히 동쪽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모습 자체가 장관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꽃밭을 가꾸는 황창렬(62) 대표는 “아이들에게 노란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큰 선물을 주는 셈”이라며 “자연에서 좋은 기억을 얻은 아이들은 살면서 어려움을 만나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개화가 빠르다. 7월 19일 시작한 축제가 8월 15일까지 이어지는데 8월 첫째 주까지 꽃이 가장 화사할 전망이다. 지난 25일 축제장에서 만난 최다은(24)씨는 “3년째 축제를 찾았는데 올해 꽃이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구와우마을은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꿈꾼다. 꽃밭 곳곳에 거대 조각품을 설치했다. 서용선, 이태량 등 유명 작가가 구와우마을에서 지내며 조각품 12개를 만들었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정선·태백=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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