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행로 막고 "입주민만 통과"…이런데도 벌금 100만원뿐 [아파트 개방시대]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에 공공개방시설과 함께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지역주민의 보행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완공된 아파트 중 최대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40만5782㎡)는 축구장 58개를 합쳐 높은 규모다. 단지 길이만도 1㎞에 달한다.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의 면적은 54만㎡로, 축구장 77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이런 대단지들이 담장을 치면 보행로가 막혀 한참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에서 거대한 아파트 단지 탓에 보행자가 우회하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공공보행통로를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열린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 공공보행통로를 만들면 용적률 10%포인트, 담장 없는 열린 단지를 만들 경우 5%포인트를 추가로 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재건축ㆍ재개발 구역 13곳 중 10곳이 공공보행통로나 열린 단지 조성을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부산도 현재 29개 아파트 단지에 공공보행통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공공보행통로에 담장을 설치하고 입주민만 드나들 수 있게 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보행통로 막아도 달랑 벌금 100만원 부과
2019년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일반인도 통행할 수 있는 개방형 단지로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공보행통로에 1.5m 높이의 불법 담장을 설치하고, 입주민만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은 미비했다. 재건축 조합장이 벌금 100만원을 냈을 뿐이다. 건축법에 따라 불법 담장을 철거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2m 미만 담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구청에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해 일회성 벌금을 내게 하고 있다.
인근 단지인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도 현재 불법 담장 설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시간대를 정해서 공공보행통로를 개방하는 것을 놓고 입주민과 협의했지만 등산객이 지나가면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단지 내에서 음식을 먹는다며 반발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 혜택을 받고도 불법 담장을 설치하면 지상권을 설정해 이를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하지만 앞으로 더 강력한 제재를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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