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꺾고도 동메달에 오열한 이준환 "4년 뒤엔 金 따겠다"
"아직 제 실력이 상대 선수들보다 부족해 동메달에 그쳤습니다. 평생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 다시 4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유도 국가대표 이준환(22·세계랭킹 3위·용인대)의 눈은 이미 2028 로스엔젤레스(LA)올림픽을 향했다. 이준환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스르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벌이는 혈투 끝에 마티아스 카스(1위·벨기에)에게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따냈다. 카스는 이 체급 최강자로 이번 올림픽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관중석에선 투혼을 발휘해 강자를 꺾은 이준환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카스를 매트에 눕힌 이준환은 오열했다. 첫 올림픽에서 천신만고 끝에 입상해서 그런 줄 알았다. 이준환은 이날 8강에서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2위·조지아)에게 연장 끝에 패해 패자부활전으로 밀렸다. 이준환은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연달아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패자부활전에서 이기고,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스까지 쓰러뜨렸다. 이준환은 "경기(준결승전)는 이미 끝났고 내가 고민하고 자책한다고 해서 시간을 돌릴 수도 없다. 금메달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졌을 때 멘털이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평소 많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이준환이 밝힌 눈물의 의미는 '기쁨'이 아닌 '아쉬움'이었다.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했다. 이날만을 위해 준비했다"며 "선수촌에서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날만을 위해서 열심히 훈련했다. 그런 과정들이 떠올라서 되게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자책했다. 이준환은 "내가 실력이 부족해 금, 은메달을 따지 못했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환은 메달을 따고도 인터뷰 내내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이준환은 그리갈라쉬빌리를 상대로 설욕을 다짐했다. 대표팀의 막내인 그는 4년 뒤엔 20대 중반으로 전성기에 접어든다. 이준환은 "세계선수권 때 두 번 만났는데 다 졌다. 그래서 많이 대비하고 연구했고, 생각한 대로 다 된 것 같았지만 운이나 전략적인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서 더 준비하겠다. LA 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유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준환이 한국의 금메달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한국 유도는 긴 침체기에 빠져 있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2016 리우와 2020 도쿄에선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한국의 마지막 희망은 개인전 마지막 날에 출격하는 남자 100㎏ 이상급의 김민종이다. 그는 지난 5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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