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원 두 달, 입법 0건… “바보들의 다람쥐 쳇바퀴 정치”

2024. 7. 3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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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했어야 할 일을 안 한 그 시간에 의원들이 매달린 건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 두 가지였다.

저 법안들이 차례로 '바보들의 행진'에 들어선다면 현 정부 임기 동안 한국 정치는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당이 지난 두 달 국회에서 보인 행태가 그의 어젠다를 한낱 수사(修辭)로 여겨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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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의 ‘방송 4법’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의욕적으로 일했어야 할 시기에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사실상 한 건도 없다. 숱한 민생 법안이 쌓여 있지만, 여야는 어떤 것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했어야 할 일을 안 한 그 시간에 의원들이 매달린 건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 두 가지였다. 거야의 특검법안은 필리버스터→강행 처리→거부권→재의결 절차를 거쳐 폐기됐다. 이제 방송 4법이 똑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정파 간 방송 쟁탈전’에 불과한 사안이다. 민생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노골적으로 응축된 법안이 다른 입법 현안을 죄다 멈춰 세운 채 5박6일 필리버스터와 강행 처리를 거쳐 거부권 수순에 접어들었다. 의원들은 사생결단하듯 했지만 결국 허무하게 폐기될 것이다.

입법 폭주와 거부권의 도돌이표 극한 대결을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얼마 전 “바보들의 행진”이라 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30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무책임한 다람쥐 쳇바퀴”라고 했다. ‘바보들이 무책임하게 쳇바퀴만 돌리는’ 정치를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하겠다고 예고했다.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방송 4법에 이어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그런 충돌 법안을 40여건 더 당론으로 쟁여놓았고, 여당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거부권에 의존하고 있다. 저 법안들이 차례로 ‘바보들의 행진’에 들어선다면 현 정부 임기 동안 한국 정치는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정쟁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과 의제마저 공허한 외침으로 전락시킨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국민의 자산 관리에 중요한 사안들로 채워졌는데, 실행되리라 믿는 이가 많지 않다. 국회에서 세법이 과연 개정될지, 다뤄지기는 할지 알 수 없어 그렇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먹사니즘’이란 말로 거창한 민생 담론을 제시했지만, 사람들은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그의 당이 지난 두 달 국회에서 보인 행태가 그의 어젠다를 한낱 수사(修辭)로 여겨지게 했다. 지금 여야는 모두 패자가 될 싸움을 하고 있다. 만약 승자가 나온다면 그것은 쳇바퀴를 멈추도록 타협의 물꼬를 트는 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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