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 근시안적 처방 말고 구조개혁 해야
지난 21대 국회 막판에 국민연금이 정쟁의 희생물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자면서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방안(40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을 44%로 인상)을 수용하겠으니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논의하자며 거부했다. 2022년 7월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굳이 성과라면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 여야의 입장이 수렴된 것이다.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은 재정 안정화를 위해 그동안 두 번 개정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려 2033년에 65세를 적용하도록 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2028년부터 40%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했지만 이해 당사자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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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료 13%, 미래세대 부담 덜어
구조개혁 해야 재정 안정화 가능
복지부 주도로 개혁 방안 내놓길
」
소득대체율 1~2%에 대한 견해 차이로 여야가 최종 합의에 실패했는데, 연금특위의 모수 개혁 논의 자체가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필자는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처럼 임금 상승률을 할인율로 사용해 제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의 임금 및 물가 상승률, 2022년 장래생명표 등을 사용해 분석해봤다.
2024년 25세에 가입해 평균소득으로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65세에 은퇴하는 남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현행 규정에서 수익비가 2.4로 분석됐는데, 이는 현재 가치화한 수치로 10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2400만원의 연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대여명이 긴 여성의 수익비는 이보다 높다.
현행대로 급여를 지급하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 수익비가 1.7로 하락해 재정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13% 보험료율과 함께 소득대체율을 높일수록 재정 안정화 개선 정도가 줄어든다. 현행 규정을 유지할 때 총보험료와 총연금액을 일치시키는 데 필요한 균형보험료율은 23.1%이다. 이는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보험료율만 13%로 올려도 미래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통계를 이용한 이런 분석 결과는 소득대체율 1~2% 차이로 논쟁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얼마나 근시안적 처방인지 보여준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장기 재정 안정화여야 하며, 이는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구조 개혁 논의의 범위는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개혁의 초점이 흐려져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가지 구조 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미래세대의 부담을 큰 폭으로 축소해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인다. 둘째, 국민연금 개혁 이후의 가입 기간에 대해 보험료와 연금액을 일치시켜 미래세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연금 지급이 담보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금 고갈에 대한 미래세대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 개혁 이전의 가입 기간에 대해 급여 수준을 보장하는 확정급여형(DB)을 적용하지만, 신규 가입 기간에 대해서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자. 그래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래세대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기존의 미적립 부채는 일반예산에서 조달해 국민연금 지급에 사용한다. 다섯째, 65세 이상 노인의 70%에 월 33만4810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지급 대상을 축소하고 취약 노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자. 2022년 노인빈곤율(38.1%)을 고려하면 지급 대상이 광범위하고 금액이 적어 빈곤 완화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여섯째, 연금 전문가가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가 제안한 정부 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국회는 제대로 된 구조 개혁 방안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복지부가 주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구조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할 때다. 정부는 연금 개혁 책임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지체할수록 재정 상황은 점점 악화하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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