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세종시 오가는 교통 불편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한국의 워싱턴 DC’를 표방하는 세종특별자치시(‘행복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은 교통 불편을 지적한다. 철도나 고속도로로 세종시에 접근하기가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KTX를 타고 세종시에 오가는 사람들은 주로 오송역을 이용한다. 오송역에서 내려 20㎞쯤 떨어진 세종 신도시까지 가려면 택시나 버스를 탄다.
그런데 택시 요금은 2만원 이상 나온다. 거리도 멀고 충북 청주시에 속한 오송역과 세종시는 행정구역이 달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택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말 기준 세종시 택시는 438대다. 택시 1대당 인구는 전국평균이 207명인데, 세종은 884명이나 된다. 세종에서 택시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은 오송역에서 버스를 탄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버스는 1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이용객이 많아 오송역 버스 정류장은 늘 북새통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오송역 이용객은 840여만 명이었다. 정부세종청사에 가까워질수록 설치된 정거장은 촘촘하다. 여기서 무더기로 하차와 승차를 반복한다.
때로는 좌석이 없어 서서 가기도 한다. 좁은 버스 안에서 몸을 밀착하거나 간신히 통로를 비켜주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일부 승객은 “버스 타는 게 고통”이라고 호소한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기획하면서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세종에서 멀리 떨어진 오송역을 이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세종시에 정착하는 사람이 늘어야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
그렇다고 세종시와 고속도로 나들목(IC)이 가까운 것도 아니다. 차를 몰고 세종시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는 남청주IC를,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정안IC를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20~30분이 족히 걸린다.
교통편이 불편하니 세종시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공직자들도 고립감을 받는다고 한다. 정책 수립을 위해 각계각층을 두루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국민이 세종시와 가까운 곳에 KTX역을 건설하는 등 철도 인프라 확충을 바라고 있다. KTX 세종역 신설은 10여 년 전부터 세종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며 난색을 보인다. 충남·북 등 인근 지자체도 줄곧 반대하지만, 세종역 반대론은 서울에 역을 만드는 데 수도권 지자체가 발끈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오송역 이용객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접근성 문제부터 해결하기 바란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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