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취준생 미진, 과한 설정? 요즘 청춘들의 현실이죠”

황지영 2024. 7. 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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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이 극중 시니어 인턴 면접에서 20대의 정신과 체력을 뽐내는 임순을 연기하고 있다. 연출자 이형민 PD는 “촬영장에서도 그의 유연함에 모두가 감탄했다”고 말했다. [사진 JTBC]

JTBC 주말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는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에 스릴러까지 혼합돼 있는 복합 장르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낮에만 50대 공공기관 시니어 인턴 임순(이정은)의 외형을 갖게 된 29세 취업준비생 이미진(정은지)의 좌충우돌 이중 생활이 만화처럼 펼쳐진다. 미진과 검사 계지웅(최진혁)의 로맨스를 달콤하게 그려내던 드라마는 14회(28일 방송)에서 미진의 아버지(정석용)가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되며 스릴러로 급변한다.

시청률은 12회(21일 방송) 때 자체 최고인 9.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한국갤럽 7월 조사에선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반응도 좋다. 넷플릭스 TV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톱10 차트에서 최고 3위에 랭크되는 등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형민

지난 24일 서울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연출자 이형민 PD를 만났다. 다음달 4일 16회 종영을 앞둔 그는 “폭넓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준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PD는 윤석호 PD와 공동 연출한 ‘겨울연가’(2002)를 비롯, ‘상두야, 학교 가자’(200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힘쎈 여자 도봉순’(2017), ‘지금부터, 쇼타임!’(2022) 등을 연출했다.

Q : 이정은의 활약이 대단하다.
A : “좋은 배우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능력자인 줄은 몰랐다. 연극 연출을 포함한 무대 경험이 있어 몸 쓰는 게 유연했고 연출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따라오더라. PC방 장면을 찍을 땐 ‘나, 3년 일해서 익숙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극중 미진처럼 경험에서 얻은 능력들이 무궁무진했다.”

Q : 미진의 능력이 뛰어난데 29세까지 취업을 못했다는 설정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A : “미진이 중국어·영어·엑셀·코딩 등 못하는 게 없는데도 취업을 못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현실이다. 이런 세상을 만든 인생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청춘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주고자 ‘낮밤녀’를 연출한 면도 있다.”

Q : 이정은과 정은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였나.
A : “처음엔 2인 1역이라고 해서 닮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을 거듭할수록 두 사람이 미진 캐릭터로 모아지면서 비슷해 보였다. 이정은은 귀여움과 친근함을 꺼냈고, 정은지는 생각이 많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더라. 캐스팅 덕을 톡톡히 봤다.”

Q : 웃긴 장면은 의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A : “다행히 수사관 역의 윤병희, 미진 엄마를 연기한 정영주 등 모두가 코미디를 잘 이해하고 표현했다. 갑자기 과하게 행동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들도 많았다. 우리끼린 ‘오버(정도를 넘은 지나친 행동)에도 진정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 배우들이 열심히 ‘오버’한 덕분이다.”

Q :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버전을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A : “20년 전 드라마를 다시 보니 반항적인 록 음악 느낌을 받았다. 록은 언제나 젊고 세련된 것 아니겠나. 무혁(소지섭)과 은채(임수정)의 스타일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OTT에선 곁가지를 걷어내고, 호주에서 버려진 무혁이 복수를 꿈꾸다 은채를 만나는 서사 중심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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