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 등 11개국 767만명에 희망 준 한국 쌀
세 아이의 엄마 인싸르의 고향은 아프리카 수단이다. 고향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그는 자녀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고생 끝에 정착한 곳은 에티오피아의 한 난민 캠프. 그가 지난해 겨울 난민 캠프에서 굶주림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에서 보내 준 쌀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가족에게 한국 쌀은 큰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쌀이 식량 위기를 겪는 난민·이주민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30일 방한한 신디 매케인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인싸르의 사례 등을 소개하고 한국의 노력에 감사를 표시했다. 매케인 사무총장은 “한국은 꾸준히 식량 원조 사업을 추진해 온 데다 최근 원조 물량을 크게 늘리는 등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에 1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후 WFP를 통해 아프리카·아시아·중동에서 식량 위기를 겪는 나라에 매년 쌀을 원조해왔다. 원조 대상국을 2018년 4곳에서 2021년 6곳, 2024년 11곳으로 늘렸다. 원조 물량도 지난해 5만t에서 올해 10만t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수혜 대상은 우간다·에티오피아·케냐·방글라데시·예멘 등에 있는 난민, 강제 이주민, 식량 취약계층 767만 명이다.
한국 쌀은 깨끗하고 도정할 필요가 없는 점이 특징이다. 조리·세척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난민 캠프에서도 즉시 섭취할 수 있어 구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송 장관과 매케인 사무총장은 소말리아·라오스·기니에서 진행하는 학교급식 지원 사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난민 캠프 저소득층 여성에게 재봉 기술을 가르쳐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쌀을 담았던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해 가방으로 만드는 식이다. WFP 관계자는 “취약 계층이 스스로 기술로 만든 가방을 판매해 소득까지 올릴 수 있어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미령 장관은 “한국은 반세기 만에 식량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유일한 국가”라며 “다양한 식량 원조 사업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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