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한달새 9% 급락…중동보다 중국 쳐다봤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가 9% 넘게 하락했다. 최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커졌지만, 하락세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국제 원유시장의 가장 ‘큰손’인 중국이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줄면서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 하락한 배럴당 75.81달러에 거래됐다. 이달 초 83.38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9.07% 수직 낙하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선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전날보다 1.7% 내린 배럴당 79.78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선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6월 7일(배럴당 79.62달러) 이후 두달여 만이다.
시장에선 다시 불거진 중동의 군사적 긴장에도 국제 유가가 하락한 점에 주목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점유지인 골란고원의 축구장에서 12명이 미사일 공격에 사망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고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전면전 우려에도 WTI 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원유 수입이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는 1년 전보다 10.7% 감소했다. 정제유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32% 급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충격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점도 오히려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높였다. 지난 22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만에 0.1%포인트 인하했다. 2분기 GDP는 시장 예상치(5.1%)는 물론 1분기(4.5%)보다 낮은 4.7%(전년 동기 대비)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즈호 증권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디렉터는 “(유가의) 반쯤 패닉같은 움직임은 중국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하락하면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내수·소비가 회복되지 않으면 전 세계 제조업 경기뿐 아니라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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