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아파트 감리담합…업체들 ‘최고점 주면 3000만원’ 정해놓고 뇌물

석경민 2024. 7.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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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업체들의 심사위원 청탁 금품. [사진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가 1년 가까이 수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의 ‘건설사업 관리용역(감리)’ 담합 의혹 사건 수사를 30일 마무리했다. 중앙지검은 LH 감리 담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속한 7명을 포함해 68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고, 6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액을 추징보전 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LH 감리 담합 의혹은 주요 감리업체들이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전국 각지의 공공임대아파트 및 공공건물의 감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청탁성 금품을 제공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감리업체들은 종합심사낙찰제도에서 심사위원들의 정성평가가 높다는 점을 악용했다.

중앙지검은 2022년 12월 특정 감리업체의 형벌감면신청(리니언시)을 접수하고, LH 심사위원들과 감리 업체 간의 이러한 불법 정황을 파악해 지난해 8월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간 공정거래부는 7번에 걸친 압수수색과 6번에 걸쳐 기소했고, 30일 최종적으로 39명과 법인 17개사를 기소하며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게 “담합 행위는 자유로운 경쟁과 정당한 보상이라는 경쟁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기업활동을 위축하는 심각한 범죄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LH 심사위원들의 부적절한 메시지 내용을 다수 확보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구체적으로 중앙지검은 감리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해 법인 17개사와 관계자 1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LH와 조달청 발주 용역 94건에 대해 부당공동행위를 했다. 계약금액은 약 5740억원에 달한다. 주요 감리업체는 LH에서 공지하는 ‘연간발주계획’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낙찰받을 업체를 지정하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법으로 담합했다. 그 결과 LH의 2020년 연간발주계획 중 약 70%를 담합에 관여한 감리업체들이 나눠 가졌다.

금품수수 사건 관련해선 수수자 18명과 공여자 20명 총 3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으로 기소했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감리 입찰 심사위원들이 주요 감리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약속된 점수를 준 혐의다.

주요 감리업체들은 LH 전관을 채용하고 학연과 근무연을 이용해 담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LH에서 공공기관이나 아파트의 감리 사업의 심사위원이 선정되면 이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다. 감리업체들은 업체별로 ‘불만제로’ ‘상상e상’ 등 상징 표식을 정했다. 블라인드 평가 과정에서 로비를 받은 심사위원들이 업체의 제안서를 알아볼 수 있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 사이에선 ‘1등 점수’를 주면 3000만원, 경쟁업체에 ‘최하점 점수’를 주면 2000만원을 주는 식의 시세도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증거인멸이 쉬운 텔레그램을 이용해 소통했다. 금품은 직접 만나 현금으로만 제공하고 로비 금액을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끼리 분담한 ‘정산표’ 등은 즉시 폐기하는 용의주도한 범행을 펼쳤다. 이런 담합에 참여한 감리업체들이 2022년 1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나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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