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일본도로 이웃 살해한 30대…"미행 스파이라고 생각"
길이 120㎝ 일본도(刀)로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검거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지만 마약 시약검사를 거부하고 있어 경찰이 정신감정 의뢰와 구속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A씨(37)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이웃 주민인 남성 B씨(43)를 칼날 약 75㎝, 손잡이 약 40㎝의 장식용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에서 “산책을 하는 과정에서 B씨와 마주친적은 있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고, B씨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B씨는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어깨와 팔 등을 찔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칼에 찔린 뒤 경찰에 신고하며 도망갔지만, A씨가 여러 번 더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범행 직후 집으로 도망갔던 A씨는 사건 발생 1시간 뒤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마약 간이시약검사를 거부해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정신 감정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은 A씨가 최근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웃 주민 C씨는 “대기업에 다니던 A씨가 상사와의 불화 문제로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들도 “A씨가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칼싸움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봤다”, “아파트 헬스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자주 피웠다”고 전했다.
피해자 B씨는 인테리어 관련 업체에 다니며 초등학교 3학년과 4세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A씨와는 얼굴만 알던 사이였다고 한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이번 사건으로 도검 소지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지난 1월 호신·장식 목적으로 도검을 소지하겠다고 신고해 경찰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학법)에 따르면, 조현병 등 정실진환자, 마약 중독자, 전과자 등은 총포·도검·화약류를 소지할 수 없다. 하지만 도검의 경우, 정신 병력 이력 등을 제출할 필요가 없고 경찰이 내부 시스템에서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등을 참고해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뇌전증 등 6가지 정신질환 여부만 판단한다. 총포의 경우 제한하는 정신질환 항목이 더 많고, 정신질환 이력이 있을 경우 반드시 진단서를 내야 한다.
또 현행법상 도검 소지자는 허가를 받은 뒤 갱신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총포의 경우 3년마다 허가 기간을 갱신하며 정신전력 여부를 재확인한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1년마다 총포·도검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며 “대상자가 많아 소지자의 정신질환 이력 여부를 일일이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여부를 숨기거나 소지 이후 발병할 경우에 대비해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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