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려고 새벽마다 '이것' 먹었다" 이혜성 눈물보인 이유

하수영 2024. 7. 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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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캡처

방송인 이혜성이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극단적으로 자신을 옭아맸던 인생 경험담을 공유했다.

지난 29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는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혜성 강연 영상이 공개됐다.

이 강연에서 이혜성은 "학창 시절에 다른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는데 저는 계속 공부했다. 심해지면 편두통이 오고 구토 증상이 왔다. 양호실에 가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지금 수업 시간에 선생님 하는 말씀이 시험에 나오면 어떡하지? 불안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나보다 머리가 좋고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쫓기는 마음으로 공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독서실에서도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공부했고 집에 가서는 비빔면을 끓여 먹었다고 했다. 소화가 되는 동안 잠을 안 자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딸의 건강을 걱정한 아버지가 새벽 4시에 집 불을 모두 껐지만, 이혜성은 이불 속에 숨어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공부했다고 한다.

결국 이혜성은 원하던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이혜성은 "그리고 행복했을까"라면서 그렇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일 16시간 씩 의자에 앉아있느라고 아픈 허리와 목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다녀야 했다"라며 "정신적 공허함이 나를 압도했다. 내 인생 목표가 대학 입학이었나? 이게 옳은 인생의 목표였나, 하고 그제야 되돌아봤다. 진짜 많이 방황했다"라고 털어놨다.

대신 그는 대학 입학 후 '외모 관리'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혜성은 "한창 방황하던 저의 새로운 목표는 다이어트와 외모 가꾸기였다"며 "대학에 가니까 아무도 공부하라고 안 하더라. 대신 이제 예뻐야 한다더라"라고 언급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무염 닭 가슴살과 생 오이를 싸서 다녔다. 일반식을 먹으면 살찔까 봐 밥 약속을 잡지 못했다"며 "무리하게 다이어트했다. 제 모습이 충분히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무게를 35㎏까지 감량했는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속 가능한 몸무게가 아니었다"며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반년도 되지 않아서 폭식이라는 악연이 찾아왔고, 그건 다시 극단적인 운동으로 이어졌다. 운동을 시작하면 줄넘기는 만 번, 달리기는 20㎞ 씩 했다. 그러다가 폭식을 하면 앉은 자리에서 도넛을 두 박스 먹었다"라고 돌아봤다.

방송인 이혜성의 학창 시절 공부 흔적. 사진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캡처


이혜성은 옷장에 숨겨둔 도넛을 먹다가 갑자기 서러워서 엉엉 운 적도 있다는 일화를 언급하다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카페에 가서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그렇게 많이 먹는 이유는 내가 식탐을 조절하는 못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공허하고 불안정해서 그런 거니까 이 시기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대학 졸업 시즌에는 KBS 아나운서라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달렸다는 그는 자신이 '인정 중독'이라고 밝혔다.

이혜성은 "좋음의 기준은 누가 정했을까. 그건 내 안에서 온 게 아니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 외모, 직업이었다"며 "절박하게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게 반복되니 너무 외롭고 불안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인정 중독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할 수 있다.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무시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 과정을 천천히 즐기면서 가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가끔 식탐에 질 때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살이 찌면 건강하게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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