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심판대 오른 행장 누구?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7.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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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임기 만료 다가온 금융권

한여름 무더위가 극성인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행장을 놓고 관심이 뜨겁다. 임기 만료되는 금융지주 회장, 행장이 무더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적·내부통제 등 다양한 평가로 연임이 결정되는 분위기다.

지주 회장 임기 만료 누구?

NH농협금융지주 연임 관전 포인트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는 올해 말 임기가 만료인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거취가 눈길을 끈다.

특히 이석준 회장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농협중앙회-금융지주 간 인사 갈등이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강호동 NH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임된 후 얼마 안 돼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강 회장이 미는 인물과 이석준 회장이 미는 인사 사이에 이견이 표출됐다. 그러다 파열음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이석준 회장이 지지한 금융 전문가가 선임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며 갈등은 봉합된 듯했다. 당시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도 중앙회가 금융지주 인사권까지는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손자회사 격인 증권사 대표 선임까지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일종의 유권해석을 내놨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금융지주 쪽이 우세승인 듯하다.

하지만 연말 이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요즘, 이 회장 연임을 자신할 수 없다는 시각이 비등하다. NH농협금융지주 대주주인 중앙회가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입김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 물론 강호동 회장이 탕평책을 써서 이 회장 연임을 확정 지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 농협금융지주 산하 여러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터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회장 입장에서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선을 통해 선임된 강호동 회장의 사실상 첫 인사라서 본인 측근을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함영주 회장은 이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나 내부통제 관련해서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 2년 간 ‘리딩뱅크’ 위상을 확고해 했고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문책경고 징계처분이 취소된점도 ‘청신호’다.

은행장은 줄줄이 임기 만료

은행장들은 앞날이 더더욱 ‘풍전등화(?)’다.

올해 혹은 내년 초 임기 만료인 행장만 총 9명에 달한다. 최근 시중은행이 된 아이엠뱅크(iM뱅크)를 비롯, 5대 대형은행장(KB, 신한, 하나, 우리, NH)은 물론 Sh수협·광주·전북은행 등이 모두 수장 연임 혹은 교체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중 수장 교체가 확실시되는 곳은 iM뱅크 황병우 행장이다. 황 행장은 올해 2월 DGB금융지주 회장에도 선임돼 은행장과 지주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시킨 공으로 현재 직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행장에는 새로운 인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은행장들은 재임 성적표, 재임 기간 동안의 사고 유무 등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일단 ‘2+1(2년 임기 후 1년 연임)’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2년은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체제 때, 나머지 1년은 신임 양종희 회장 체제 아래 선임된 케이스. 그만큼 전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다. 추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일단 실적이 눈길 끈다. KB금융그룹 올해 상반기 경영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87% 늘어난 1조116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재임 중 KB국민은행이 단군 이래 최대 파생상품 손실이 예상됐던 홍콩H지수 기반 ELS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물론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반등하면서 피해액이 예상보다 줄어들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피해고객 보상 절차에 대한 동의율도 80% 가까이 된다. ELS 사태 발생 후 총력을 다한 이 행장의 리스크 관리 노력을 내외부에서 어떻게 봐줄 지 두고볼 일이다.

금융사고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은 또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취임 전인 2022년 우리은행이 7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고가 났을 때 위기 대응에 큰 힘을 발휘했다. 행장 취임 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신상필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행장 임기 중에 100억원대 사고가 다시 발생해 체면을 구겼다. 최근 조직을 일신하기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등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고 본인의 전문 장기인 기업금융 분야 실적도 늘리는 와중이다. 결과적으로 ‘위기 때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거취도 관심사다. 농협은행은 상대적으로 ELS 등 파생상품 사고에서는 자유로웠다. 다만 올해 160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 배임 사고가 연이어 터진 점이 변수다. 농협중앙회는 마침 중대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 연임은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행장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최근 내부 감사 후 대출 담당 직원이 1400만원의 금품수수를 받았다는 혐의로 고발한 광주은행 사례가 눈길 끈다. 고병일 행장도 연임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금액이 금융감독당국에 바로 보고해야 하는 3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실적도 우상향곡선을 그린 만큼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 그럼에도 내부 감사 적발 사례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다들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안정권 은행장은 누구

신한·하나·수협 안정권

연임 가능성이 높은 행장으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이 꼽힌다. 세 사람 모두 재임 중 실적이 계속 좋아진 데다 파생상품 사고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다. 특히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만년 3위권 은행으로 분류됐던 하나은행을 2년 연속 ‘리딩뱅크’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이 눈길 끈다. 정상혁 행장은 올해 1분기 리딩뱅크를 탈환한 데 이어 자산건전성을 탄탄하게 만들어놨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강신숙 행장 역시 고졸 출신 샐러리맨 신화를 넘어 여성 CEO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데다 실적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내외 평가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 외에도 연말에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이 시작되는데 이와 관련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인물이 차세대 행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입을 모은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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